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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21개 회원국들은 16일(현지시간)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며 다자무역 질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마추픽추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자유롭고,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전 세계 GDP의 61%, 전체 교역량의 50%를 차지하는 APEC 차원에서 고(高)관세 이슈 등 ‘미국 우선주의’를 중요시하는 ‘트럼피즘’(트럼프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자유무역 가치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트럼피즘의 최대 피해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날 바이든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디커플링(decoupling·무역과 공급망에서의 특정국 분리 또는 차단)과 공급망 교란은 해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글로벌 자유무역체계와 생산 및 공급망의 안정적이고 원활한 흐름을 수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후 두 번째로 시 주석과 양자회담을 갖고 앞으로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의 신 행정부 등장으로 글로벌 경제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양국이 공동 이익에 기반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손을 맞잡은 것이다.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양국은 내년 10주년을 맞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협상을 가속화 하기로 했다. 양국 간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통해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글로벌 안보와 경제 질서가 격변하는 가운데 한중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지난 30여 년간 양국 관계의 중심축이 됐던 경제 분야 협력을 더욱 강화하자”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현 정부 들어 냉랭했던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달 들어 중국 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사증) 면제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1992년 8월 한중 수교 이후 3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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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출범하며 관계가 급속하게 회복된 한일 양국은 앞으로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만큼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의 ‘케미’에 따라 깜짝 이벤트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지난 9월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출입국 간소화 조치, 재외국민보호협력 각서 체결 등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날 정상회담을 진행한 한일 정상은 역내 및 국제 정세의 급격한 전환 국면에서 한일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셔틀외교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내년 1월 20일 미국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계기로 본격화된 한미일 협력 체계를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윤 대통령에게 “내년에는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일한관계가 미래를 향해 더욱더 확고히 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최근의 북한 등을 포함해 우리를 둘러싼 엄중한 안보 환경을 감안해 양국 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일 간의 긴밀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에 총리님과의 만남은 의미가 남다르다”며 “양국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 방안과 날로 엄중해지는 지역 및 글로벌 정세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기를 희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