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모유를 먹이는 산모가 포화지방을 섭취하면 아기의 장(腸)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그동안 혈관 건강에 해로운 지방이란 이유로, 산모에게 되도록 덜 먹을 것을 권장했던 포화지방의 ‘반전’ 스토리다.
28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미국의 과학 전문 웹 미디어인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 Daily)는 “산모의 지방 섭취가 아기 감염병에 영향”(A mother’s fat intake can impact infant infectious disease outcomes)이란 제목의 14일자 기사에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의대 데나 깁슨(Deanna Gibson) 교수팀의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분자 영양학’(Molecular Nutrition) 최근호에 소개됐다.
연구진은 어미 생쥐의 지방 섭취가 새끼의 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연구를 수행했다. 새끼를 낳은 생쥐에게 유지방(포화지방)ㆍ옥수수기름이나 올리브유(단일불포화 지방)ㆍ생선 기름(다중 불포화지방)을 8주간 먹였다. 포화지방(유지방)을 섭취한 생쥐 새끼의 감염성 대장염 증상은 나빠지지 않았다. 옥수수기름(불포화지방)이나 올리브유를 섭취한 생쥐의 새끼의 증상은 악화했고, 사망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염증성 장 질환 전문가인 깁슨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산모의 식습관이 아이의 장내 미생물 구성과 면역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산모 식단에서 포화지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은 흔히 육류ㆍ유제품에 풍부한 포화지방, 식용유에 든 단일불포화지방, 일부 견과류ㆍ생선에서 발견되는 다중불포화지방으로 분류된다. 다중불포화지방은 다시 오메가-3 지방과 오메가-6 지방으로 나뉜다.
이번 연구에서 오메가-3 지방과 오메가-6 지방은 모두 대장균ㆍ살모넬라균으로 인한 장내 감염(감염성 대장염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포화지방은 감염으로부터 숙주(새끼)를 보호했다.
산전ㆍ산후 기간에 포화지방의 유익성(감염 예방ㆍ완화)은 오메가-3 지방과 함께 섭취했을 때 효과가 가장 높았다. 이런 효능은 아이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유지돼 감염성 장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준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불포화지방의 소비량이 많이 증가했지만 포화지방에 대한 불안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임산부의 포화지방 섭취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현재 캐나다의 식생활 지침에선 수유 중인 산모에게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불포화지방이 산후 염증을 악화하는 이번 연구 결과를 고려했을 때 권고사항은 재고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