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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조운선 쌍돛 달고 바다 누볐다

김성곤 기자I 2015.11.05 09:10:15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마도4호선’ 발굴조사 완료
조운체계·조세제도·선박 역사 규명할 중요 단서

조선시대 조운선 ‘마도 4호선’ 모형도(자료=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소재구)는 지난 4월부터 충청남도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시행한 ‘마도4호선’ 수중발굴조사를 완료했다. 마도 4호선은 최초로 확인된 조선시대 조운선이다. 조운선은 국가에 수납하는 조세미를 지방의 창고에서 경창으로 운반하는데 사용하였던 선박이다.

마도 4호선은 잔존 길이 13m, 폭 5m, 깊이 2m 규모다.선박 내부에서는 세금으로 실린 쌀, 보리, 분청사기 등 400여 점의 다양한 유물이 출수됐다. 특히 분청사기와 나무로 만든 화물표인 목간을 통해 조운선이 1417~1421년 사이에 세곡과 공물을 싣고 나주에서 출발해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마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수중발굴이 종료되면서 선체구조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특징이 추가로 확인됐다. 가장 주목할 점은 쌍돛을 달았다는 것.

현재까지 발굴한 고려시대 선박들은 선체 중앙에 1개의 돛을 설치한 구조였다. 반면 마도4호선은 선체의 앞쪽과 중앙에 각각 돛을 설치했던 돛대 구멍이 발견되어 2개의 돛을 설치했다는 게 밝혀졌다. 아울러 좌우 외판 사이를 연결해 칸막이 역할을 하는 목재인 가룡에 돛대를 고정하는 부속구인 당아뿔도 원형 그대로 잘 남아있다. 과거 발굴된 고려시대 선박의 당아뿔은 1단인데, 마도4호선은 5단의 당아뿔을 각 가룡에 설치한 견고한 구조로 조선 시대 선박의 더욱 세련된 가공 기술을 보여준다.

또 선체 수리과정에서 쇠못을 사용했던 흔적이 최초로 확인됐다. 선체 외판 두 곳에서 교체·수리한 나무판재를 발견했는데 쇠못이 박혀있었다. 우리나라 전통 선박에는 쇠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못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마도4호선의 발굴로 선박의 수리나 보강 시 쇠못을 사용했다는 증거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쇠못 사용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도 남아있다.

이밖에 고려 시대 선박은 선수(뱃머리) 판재가 세로로 설치됐지만 마도4호선은 가로로 설치됐다. 이는 조선시대 선박 구조를 그려놓은 ‘각선도본(各船圖本)’에서 확인되는 조운선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선체 내부의 곡물이 바닷물에 젖지 않도록 설치하는 원형 통나무들의 배치방법도 밝혀졌다. 기존에 발굴된 고려시대 고선박과 달리 마도4호선은 원형 통나무가 잘 남아 있어 배치양상을 규명할 수 있었다. 조사결과, 선원의 생활공간인 중앙 돛대 주변에는 원형 통나무를 깔지 않고 분청사기 등 기타 공물을 선적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선박의 방향을 조정하는 운전대 역할을 하는 도구인 키도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마도4호선의 발굴로 우리나라 해역에서 발굴한 고선박은 모두 14척에 이른다”며 “특히 최초의 조선 시대 조운선인 마도4호선은 조선 시대 초기의 조운체계와 조세제도, 조운선의 구조, 선박의 역사 등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마도4호선 발굴조사 결과는 내년에 발간될 보고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복권위원회의 복권기금을 전액 지원받아 태안에 건립 중인 서해수중유물보관동이 2017년 완공되면 태안 해역에서 발굴되고 있는 수중문화재의 보다 체계적인 보관, 전시와 연구 활성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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