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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얼' 담은 몸짓 오래오래 보고 싶다[문화대상 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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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I 2026.09.01 0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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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리뷰
국립부산국악원 '영남춤축제 2026-춤, 보고 싶다'
한국춤의 과거·현재·미래를 담아내는 큰 그릇

[장승헌 공연기획자] 압도적인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가 기후재난의 위력을 실감했던 올여름이다. 그러나 ‘가무악’의 DNA를 지닌 대한민국은 여전히 ‘축제공화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가 바로 ‘2026 영남춤축제-춤, 보고싶다’이다. 2018년 ‘춤, 보고 싶다!’라는 단순하고 명쾌한 구호를 내걸고 돛을 올린 ‘영남춤축제’는 어느덧 영남지역 전통춤의 맥락과 가치를 발굴하고 확장하는 대표적인 춤 축제로 성장했다.

'2026 영남춤축제-춤, 보고싶다'의 한 장면(사진=영남춤축제).
'2026 영남춤축제-춤, 보고싶다'의 한 장면(사진=영남춤축제).
올해 제9회 축제는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16일간 펼쳐졌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과 연주단이 함께 만든 개막공연 ‘접(蝶)-삶이 춤이로다’를 시작으로 서울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상선약수’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세계무형유산 관련 국제행사인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시기에 맞춰 축제 일정을 구성해 의미를 더했다. 세계 각국에서 부산을 찾은 이들에게 영남지역의 짙은 지역적 색채와 그 안에 축적된 유·무형의 문화자산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영남춤축제’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개막공연 ‘접(蝶)-삶이 춤이로다’는 영산재, 탈춤, 강강술래, 아리랑 등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 문화유산을 하나의 무대 안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불교의례의 대표적 원로인 어장 동희 스님의 법고춤과 석봉 스님의 중저음 염불은 공연장을 마치 깊은 산사의 법당으로 옮겨놓은 듯한 신묘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무용단원들의 군무로 펼쳐진 나비춤과 바라춤은 신비로운 불교적 향기를 객석에 전달했다.

'2026 영남춤축제-춤, 보고싶다'의 한 장면(사진=영남춤축제).
'2026 영남춤축제-춤, 보고싶다'의 한 장면(사진=영남춤축제).
최근 전통춤을 공부하는 젊은 춤꾼들이 ‘꼭 한번 서보고 싶은 무대’로 꼽는 ‘한국전통춤판’ 역시 이번 축제의 중요한 프로그램이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전국 30명의 한국무용가들이 저마다 다른 색깔로 우리 전통춤의 미감을 펼쳐 보였다. 예지당 무대에서 이어진 공연에서는 윤중강 국악평론가의 친절한 해설과 유인상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한 장구와 구음 등 현장 반주가 더해져 전통춤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했다.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좁힌 이러한 방식은 전통춤을 ‘보는 것’에서 ‘이해하고 느끼는 것’으로 확장했다.

대구·경북의 전통춤과 창작춤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만의 이름과 색깔을 구축해온 장유경 계명대 명예교수의 ‘장유경 춤전―일상이 춤이 되는 풍경을 이야기하다’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춤 공연을 나열하는 데서 벗어나 영남춤축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가고 있음을 보여준 인문학적 프로젝트였다.

‘영남춤전’에서는 부산의 문화유산인 동래학춤보존회의 무대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춤꾼 김정원을 비롯한 무용수들이 갓과 도포자락을 힘차게 너울거리며 보여준 호방한 영남 선비정신은 영남춤 특유의 기세와 풍류정신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전통춤의 형식적 재현을 넘어 그 안에 깃든 정신과 기품까지 전달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무대였다.

이제 내년 여름이면 ‘영남춤축제’는 제10회를 맞는다. 열 번째 축제를 앞두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 축제가 지켜온 정체성과 차별성이다. ‘춤은 경상도’라는 오래된 좌표를 단순한 지역적 자부심에 머물게 하지 않고, 오늘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확장해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영남춤축제’가 지난 시간 동안 쌓아온 전통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10년을 향해 더욱 힘차게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춤, 보고 싶다’라는 소박하고도 강력한 외침이 앞으로도 우리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구호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

'2026 영남춤축제-춤, 보고싶다'의 한 장면(사진=영남춤축제).
'2026 영남춤축제-춤, 보고싶다'의 한 장면(사진=영남춤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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