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한식, 여행의 주인공이 되다…‘K-미식벨트’로 떠나는 한국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명상 기자I 2025.12.17 06:00:00

외래관광객 63% 한국서 ‘식도락 관광’ 원해
농식품부·한식진흥원의 ‘K-미식벨트’ 사업
2032년까지 전국 30개 미식 관광코스 조성
장·전통주·인삼·김치 통한 ‘진짜 미식’ 제안
내년 차기 테마 ‘K-치킨벨트’ 본격 검토 중
향토음식진흥센터 구축해 지속가능성 강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76호 오숙자 명인이 시연하는 반지 김치 (사진=김명상 기자)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바야흐로 전 세계인이 한식을 ‘찾아 먹는 시대’다. 해외에서 솥뚜껑 불판에 삼겹살을 굽고, K-치킨 집을 찾고,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수개월 전부터 예약하는 풍경은 ‘글로벌 미식의 주류’가 된 한식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국 여행의 무게추도 ‘음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방한 외래 관광객의 약 63%가 한국 방문 시 고려한 주요 활동으로 ‘식도락 관광’을 꼽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외래관광객 방한 시 주요 고려 관광활동
‘K-미식벨트’ 사업은 이러한 한식 열풍을 관광으로 확장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지역의 음식 자원과 문화를 결합해 ‘맛으로 여행하는 대한민국’을 구현한다는 목표를 갖고 농림축산식품부, 한식진흥원 주도로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장(醬)’, ‘전통주’, ‘인삼’, ‘김치’ 등 한국 고유의 식(食)문화를 기반으로 한 관광 상품도 선보였다.

K-미식벨트 사업의 핵심은 한식의 원류가 살아 있는 식재료의 산지, 식품명인, 향토음식, 전통 식문화를 하나의 스토리형 관광 코스로 엮는 것에 있다. 한국 방문의 핵심 질문이 ‘무엇을 먹으러 갈 것인가’로 바뀐 지금, K-미식벨트를 통해 맛과 이야기가 살아 있는 여행으로 세계인을 초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토리 있는 ‘맛의 여행’ 출시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K-미식벨트 추진현황 및 계획
세계인의 음식으로 부상한 한식의 위상은 해외 미디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는 14일(현지시간) ‘K-팝에 이어 이제는 K-푸드의 시대’라는 기사에서 “한식 재료가 영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대형 마트인 웨이트로즈에서는 ‘코리안 BBQ’ 검색량이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고 고추장 판매는 7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1월까지 한국 식품 수출액은 누적 10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K-미식벨트는 이러한 한식의 글로벌 확산 흐름을 국내 관광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이기도 하다. 농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은 2024년부터 K-미식벨트 사업을 본격 가동하고 ‘발효문화, 전통한식, 제철밥상, 유행한식’ 등 4대 테마를 중심으로 2032년까지 총 30개의 미식관광 권역을 구축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제35호 기순도 명인이 전통 간장을 붓는 모습 (사진=한식진흥원)
K-미식벨트의 첫 주자인 ‘장(醬) 벨트’는 지난해 전북 순창과 전남 담양을 무대로 운영됐다. 한식의 근간인 된장·간장·고추장 등 장류 발효문화를 주제로 고추장의 중심지 순창과 전통 장 명인이 활동하는 담양의 지역성을 결합했다. 코레일관광개발이 전통 장 담그기 체험, 옹기 제작, 다도 명인 교류 등으로 구성한 상품은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작년 12월 출시 이후 매진 행진을 이어갔다.

금산 인삼 디저트 쿠킹 클래스
올해는 인삼, 전통주, 김치를 주제로 3개의 미식 벨트가 신규 출시됐다. 각 벨트 관광상품은 상품에 따라 1~2개월 ‘한시 운영’ 형태로 판매되는 만큼 희소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운영 일정이 나오자마자 빠르게 매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충남 금산을 무대로 한 ‘인삼 벨트’는 인삼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종합 플랫폼을 내걸었다. 인삼 재배지, 가공시설, 식문화, 지역 역사·관광을 한 코스로 묶어, 방문객이 금산을 ‘인삼의 본고장’으로 기억하고 재방문하도록 설계했다. 지난 10월 정식 출시된 ‘인삼 미식 투어’ 상품은 당초 계획한 18회 일정이 모두 조기 마감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무형문화재 제12호 조옥화 명인의 민속주 안동소주 (사진=이민하 기자)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경북 안동의 전통주 벨트는 종가문화·전통 누룩·양조장을 하나의 관광 동선으로 묶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레일관광개발이 지난 10월 운영한 ‘전통주 벨트 팝업열차’와 정규 상품인 ‘안동 더 다이닝’(1박 2일) 모두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차별화된 고급 미식여행 상품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2010년 ‘김치명인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박기순 명인 (사진=김명상 기자)
광주광역시는 ‘김치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김치벨트’ 상품을 12월부터 판매 중이다. ‘김치가 예술인 광주 미식여행’이라는 콘셉트 아래 명인의 김치 담그기 체험, 연극형 도보 투어, 남도 한정식 시식, 김치 예술 전시 등을 결합했다. 김장철이라는 시기적 특성과 발효·건강 이미지를 앞세워 주말 상품 대부분이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농업·식품·관광·문화 잇는 미식의 향연

광주 양동시장 내에 있는 양동통닭 외관 (사진=김명상 기자)
‘2025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사이에서 한식 인지도는 약 69%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한식을 먹어 본 이들의 94%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K-미식벨트는 K팝·K드라마 중심의 K컬처 열풍에 ‘K푸드 트래블’을 새로운 확장자이자 축으로 추가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인 ‘K치킨’을 주제로 한 ‘치킨벨트’ 조성이 본격 추진된다. 한국식 치킨이 김치와 비빔밥을 제치고 ‘가장 선호하는 한식’ 1위를 차지했다는 조사 결과도 배경이 됐다. 내년 1월 본격화할 치킨벨트 사업은 치맥, 양념치킨, 닭갈비, 찜닭, 닭강정 등으로 유명한 국내 도시를 대상으로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기 치킨 프랜차이즈와 연계한 ‘글로벌 치킨 열차 체험 패키지’ 등 다양한 협업도 논의 중이다.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에서 진행되는 연극형 도보투어 (사진=김명상 기자)
K-미식벨트는 미식 체험만이 아닌 ‘해설’과 ‘스토리’ 전달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각 벨트에는 전문 미식해설사를 양성해, 지역 식문화와 역사·생활 양식을 함께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근본 있는 전통 한식’의 가치도 조명한다. 한식진흥원은 2027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전남 목포에 ‘향토음식 진흥센터’를 조성 중이며,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전통 조리기법과 조리법을 체계적으로 보존·연구해 향후 미식 관광 자원으로 재해석할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K-미식벨트는 한식의 다각화와 고품격 관광 상품화를 함께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라며 “지역의 고유 식문화를 미식 관광으로 발전시켜 자생력을 높이고, 한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TheBeLT

- 부산 벡스코 신임 사장에 이준승 前 부산시 행정부시장 - 신시아 더에르고 등…문화연예대상 '인플루언서 대상' 수상 - 李 대통령 “카지노 민간 허용 시 특혜 가능성…수익 공적으로 활용해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