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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전국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2.3% 상승했다. 일본 공시지가 상승률이 평균 2%대를 넘어선 건 버블경제가 붕괴 직전이던 1991년 이후 33년 만이다.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디플레이션이 일본 경제를 덮치면서 일본 부동산 가격은 오랫동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출과 무관치 않다. 닛케이는 최근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물가와 임금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지가도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해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마무리된 것도 부동산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재택근무를 종료하는 기업이 늘면서 사무실 수요가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손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는 일본 기업 사이에선 인재 유치를 위해 교통이 편한 역세권 사무실 인기가 특히 좋다. 도쿄 도심의 상업지 지가가 평균 7% 급등한 배경이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49층 높이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타워은 반년도 안 돼 거의 모든 사무실 계약을 마쳤다.
코로나19 종식과 엔저 등에 따른 관광 활성화도 부동산 경기 활황 요인이다. 한국인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오사카 도톤보리 인근 땅값은 1년 새 25.3% 뛰었다. 홋카이도 후라노시 공시지가도 관광객을 겨냥한 호텔·리조트 건설 바람에 27.9% 상승했다.
반도체 훈풍 또한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TSMC 구마모토공장과 가까운 오쓰쵸 상업용지 가격은 33.2% 올라 일본 전국 상업용지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본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가 들어서는 홋카이도 치토세시 인근 땅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다만 일본 부동산 경기가 언제까지 좋은 시절을 보낼지는 불투명하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오르면 외국인들의 투자 매력도도 떨어진다. 부동산회사 존스랑라살(JLL)의 오가하시 유토 선임 디렉터는 “금리 상승에 대한 경계감으로 일본 부동산 물건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