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선택적 모병제를 통해 부사관 획득경로를 다각화해 첨단과학기술분야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앞서 2027년도 국방예산안 설명에서도 국방부는 내년부터 선택적 모병제를 시작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에도 존재했던 부사관 충원 제도
선택적 모병제라는 이름만 들으면 병역제도의 큰 전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정부가 밝힌 구상은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병역의무자가 일반 병사와 기술집약형 부사관 가운데 복무 방식을 선택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AI)과 드론, 사이버, 유·무인 복합체계 등 첨단 분야에서 근무할 부사관 약 3000명을 내년부터 선발한다는 계획입니다. 복무기간은 3년 또는 4년을 놓고 협의 중입니다.
인구 감소로 병역자원이 줄어드는 만큼 병사 중심 군 구조를 전문인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방향은 불가피합니다. 첨단 무기체계는 몇 달 교육받은 병사가 능숙하게 운용하기 어렵습니다. 숙련에 시간이 필요하고 교육받은 인력을 오래 활용해야 합니다. 기술집약형 부사관을 확충하겠다는 정부 판단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선택적 모병제는 징병제를 대체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모든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국민개병제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병역의무자 가운데 일부를 기술집약형 부사관으로 선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병사와 부사관 중 복무 방식을 선택할 기회를 넓힌 제도이지, 통상적인 의미의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지금도 병역의무자가 부사관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습니다. 민간에서 부사관으로 지원해 교육을 받은 뒤 하사로 임관할 수 있고, 현역병도 복무 중 부사관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임기제부사관은 병 복무를 마친 뒤 하사로 임용돼 6개월에서 4년까지 연장 복무합니다. 과거 ‘유급지원병’의 이름을 바꾼 제도입니다.
물론 선택적 모병제와 임기제부사관이 완전히 같지는 않습니다. 임기제부사관은 병 의무복무를 마친 숙련병을 일정 기간 더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정부가 구상하는 기술집약형 부사관은 처음부터 첨단 분야 인력으로 선발해 교육하고, 해당 직위에서 전문성을 쌓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전역 이후 민간 취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뉘앙스 걷어내고 본질에 충실해야
그러나 “병사 대신 몇 년간 부사관으로 복무한다”는 설명만으로는 기존 민간부사관과의 차이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부사관 지원제도에 기술직위와 취업 지원을 덧붙이면서 ‘모병제’라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표현을 붙인 셈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선택적 모병제는 병역제도의 전환이라기보다 기술부사관 확대 정책에 가깝습니다. 대선 공약을 부각하기 위해 제도의 실질보다 큰 이름을 붙였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부사관이 될 수 있는 통로가 없어서 지원자가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청년들이 그 길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육군 부사관은 선발계획 8100명 가운데 3400명이 충원됐습니다. 선발계획 대비 충원율이 42%에 그친 것입니다.
군도 원인을 알고 있습니다. 낮은 보수와 반복되는 당직, 격오지 근무, 잦은 이사, 불확실한 장기복무 선발이 초급간부 기피 요인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기술인력으로 선발해 놓고 경계근무와 당직, 행정업무와 병력관리까지 일반 부사관과 똑같이 맡긴다면 민간 기업과의 인력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군에서 쌓은 노하우가 민간의 자격이나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전역 후 취업 연계도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
선택적 모병제가 새 제도로 평가받으려면 간판보다 계약 내용이 달라야 합니다. 어떤 병사 직위를 줄이고 어떤 기술직위를 부사관으로 전환할지 제시해야 합니다. 지휘와 병력관리 중심의 일반 부사관과 기술 숙련 중심의 경력경로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별도 수당과 교육, 국가기술자격, 학점 인정, 장기복무 전환 또는 민간 취업 지원이 실제 복무조건에 포함돼야 합니다.
정부는 군 복무가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와 교육,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맞는 방향입니다. 그러나 이름을 바꾼다고 일자리의 질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기존 부사관 제도의 문제를 그대로 둔 채 기술직위와 ‘모병제’라는 간판만 추가한다면 선택적 모병제는 정치적으로 만들어낸 조어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몇 명을 뽑을 것인가’만이 아닙니다. 지금 있는 부사관 제도로는 왜 안 되는지, 새로 뽑을 기술집약형 부사관의 복무와 삶은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 답이 보수표와 직위표, 경력 설계에 담길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가 이름을 만들었지만, 군이 이를 제도로 증명할 차례입니다.




![[그해 오늘] 배 뒤집히는 데 단 3초…292명 삼킨 서해훼리호의 비극](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10/PS26100901039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