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이모(63)씨는 아파트에서 불과 20m 가량 떨어진 풋살장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파트와 풋살장이 워낙 가까운 탓에 각종 소음부터 조명으로 인한 눈부심까지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주민들이 플래카드를 달고 시위까지 했는데도 사유재산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받았다”며 “이런 곳은 허가를 내주면 안되는 것 아닌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최근 풋살이 큰 인기를 얻으며 도심 곳곳에 풋살장이 만들어지면서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각종 소음부터 빛공해 등에 대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풋살장 업주들은 허가를 받고 하는 사업인데 이 같은 민원으로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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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도심의 한 풋살장은 주변 아파트에 둘러싸인 곳에 위치해 있었다. 만약 이 풋살장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공을 강하게 차 소음이 발생할 경우 아파트 주민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만한 거리였다.
문제는 이 풋살장은 이른 오전부터 새벽까지, 사실상 거의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벽이나 한밤 중 조용한 시간에는 소음이 더 크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체 측에서는 ‘오후 8시 이후 고성, 박수 등 소음 발생 시 무환불 퇴장조치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달아두는 등 소음 최소화를 위한 각종 노력은 하고 있지만 경기 중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소음은 막을 수 없었다.
서울 강서구의 한 풋살장의 경우 새벽 2시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풋살장 옆에 바로 아파트 등 주택가가 있는데, 취침 시간대 소음으로 많은 주민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경우 사비로 이중창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 공사까지 하기도 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강모(37)씨는 “아이를 힘들게 재워 놓으면 비명소리에 깬 게 한두 번이 아니다”며 “너무 심해 경찰에 신고하면 사유재산이라 별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오전 6시부터 영업이 시작돼 소음으로 잠을 깨는 경우도 잦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빛공해’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야외 풋살장의 경우 경기장과 아파트가 마주 보고 있는 형태라 조명을 켜면 아파트 한 동에 직접 빛이 쏘아지는 형태였다. 해당 동 저층 주민은 커튼이 없으면 빛공해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50대 A씨는 “밤에 자연스럽게 커튼을 열어두면 눈이 부셔서 제대로 잠을 못 잘 수준”이라며 “결국 돈을 들여 암막 효과가 큰 커튼을 사 달아놨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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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 일부 아파트에선 현수막을 설치하고 풋살장 앞에서 주민들이 단체행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분쟁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도나 경상남도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업체들은 조명 밝기를 낮추고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조처를 하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풋살장 업주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주민들이 자주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한 풋살장 업주는 “적법하게 허가를 받아 사유재산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업무방해”라며 “밝기를 조정하는 등 주민들과 소통을 거치지만 계속해서 항의가 들어오니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풋살장은 지난 6월 이전까지는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규정하는 ‘체육시설’에 포함되지 않았다. 때문에 소음 기준 등 각종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공동주택 인근 등에 많이 설치됐다. 지난 6월 시행령이 개정되며 체육시설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개정 이전에 설치된 곳이 많아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자체도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 구 경우 구청장도 이 문제를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업체와 주민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려고 한다”며 “간담회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했고 업체 측에 협조를 요구해 접점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