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19톤짜리 트럭을 몬 것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아니스 암리가 이탈리아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그러나 그가 테러 직후 닷새간 유럽 3개국을 오간 것으로 알려지며 유럽 전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은 전날 사살된 암리가 19일부터 독일과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에 진입하는 등 유럽 내 약 800km를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언론들은 암리가 사살됐지만 그가 유럽 곳곳을 이동한 만큼, 대다수의 유럽 국가가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리차드 왈튼 전 영국 런던경찰 대테러대응팀장은 암리의 범죄 후 이동 통로는 이슬람국가(IS)의 이동전략 수립과 연결돼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솅겐조약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암리가 신분증도 없이 경찰병력이 깔린 지역에서 제재받지 않고 국경을 넘나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비 유럽연합(EU) 회원국 스위스 등을 포함해 26개국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맺고 있다. 솅겐조약을 맺은 나라들끼리는 비자나 여권 검사를 하지 않는 등 통제를 최소화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대표인 마린 르펜은 솅겐 조약에 대해 “완벽한 안보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성향 정당 오성운동의 베페 그릴로 대표 역시 “솅겐은 수정돼야만 한다”며 “국경통제를 강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이르트 빌더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도 “국경을 닫는 게 과연 나쁜 아이디어인가”라고 지적했다.
테러에 대한 공포가 커지며 솅겐 조약 폐지와 EU 축소 등을 주장하는 유럽 극우 정당의 지지율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내년에는 네덜란드 총선을 시작으로 프랑스 대통령선거, 독일 의회 선거 등 굵직굵직한 선거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이어 고립주의를 주장하는 또 다른 정치인이 나올 지 모르는 상황이다.
줄리언 킹 EU 안보담당 집행위원은 “테러 위험이 전혀 없는 ‘제로 리스크’ 사회는 있을 수 없다”며 “할 수 있는 한 테러 위험을 줄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