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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 오전 시험장 곳곳에서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어김없이 찾아온 추위에다 코끝을 찌르는 미세먼지도 수험생들의 간절함은 이겨내지 못했다. 더욱이 최근 발생한 ‘숙명여고’ 사태로 심란한 마음속에서도 학부모와 교사, 후배들 모두 한마음으로 그간의 노력을 아낌없이 발휘하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꼭두새벽부터 응원전…“긴장하지 않았으면”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교문 앞에 모인 학생들 60여명은 오전 여섯 시부터 응원가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수능 실패는 없다’ ‘수능 만점은 너의 몫’ 등의 응원 구호와 학교 교가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다졌다.
이곳에서 만난 이채원(16)양과 방예원(16)양은 은 고등학교 입학 후 처음 나온 수능시험 응원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아침 6시부터 나오느라 잠을 많이 못잤지만 언니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왔다”며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언니들이 항상 자랑스럽다. 긴장하지 않고 실수 없이 무사히 치고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전 6시 50분을 전후해 시험장을 찾는 발걸음이 속속 늘기 시작했다. 수험생들은 부모님의 배웅 속에 시험장을 찾는가 하면 일부 수험생들은 후배들의 응원을 받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교문에 들어서기 전 친구와 ‘시험 잘 보자’며 포옹을 하기도 했다.
수험생 김수민(18)양은 “생각보다 크게 떨리거나 긴장되지 않는다. 실수만 안했으면 좋겠다”며 시험장 안으로 향했다. 서초고에서 시험을 치르는 재수생 서호준(18)군은 “두번째 시험이지만 떨리는 마음은 지난해나 올해나 여전하다”며 “원하는 목표를 위해 1년간 열심히 달려왔으니 실수만 안했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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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이 몰리자 경찰 인력이 시험장 앞에 나와 교통 정리를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종로구 동성고 앞에서 만난 순경 김모(24)씨는 “일 년에 한번 있는 중요한 날에 나와 근무하게 되니 오히려 보람차다”며 “5년 전 수능을 봤던 때가 기억나 뭔가 기분이 이상해하다. 경찰들이 수험생들 시험 잘 볼 수 있게 도와줄 테니 모두 제 실력 발휘해서 시험 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녀와 제자를 응원하기 시험장을 찾은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여의도고 앞에서 만난 학부모 오인택(49)씨는 아들 재훈(18)군과 함께 시험장을 찾았다. 오씨는 “아들이 고3 내내 공부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긴장하지 않고 담대하게 시험 잘 봤으면 좋겠다”며 “아들아! 집에 돌아오면 맛있는 저녁 같이 먹자!”고 전했다.
고교 3학년 담임선생님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 배문고 이채연 교사는 “숙명여고 사태로 애들이 상실감이 컸을 텐데 자신의 목표를 믿고 최선 다하면 될 거라 생각한다”며 “실수하지 말고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 나올 테니까 최선을 다해서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성고 앞에서 만난 중앙고 최윤석(35)교사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의연하고 담담해서 다행이다”며 “오늘 드디어 수능 날이 밝았다. 1년간 고생한 만큼 다 시험 잘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전 8시를 넘어서자 서울 중구청 소속 자율방범 연합회 등이 제공한 오토바이를 탄 수험생들이 속속 도착했다. 한덕희(53)씨는 “올해로 8년째 오토바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동작서 앞에서 7시 45분에 출발했다. 지금 나 말고도 동호회원 7명이 자원 봉사를 나가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오전 일찍 시험장을 찾았다가 수험표를 가지고 않아 자택을 다시 다녀온 수험생도 있었다. 서울 동성고에서 시험을 치르는 한 수험생은 경찰의 도움으로 경찰차량을 타고 집에 다시 다녀왔다. 해당 수험생은 경찰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시험장 안으로 향했다.
이날 수능 시험은 전국 86개 시험지구, 1190개 시험장에서 총 59만 4924명이 응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상 1~11도, 낮 최고기온은 13~18도로 예상된다.
이날은 수도권·충남·광주·전북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시험시간에도 마스크 착용을 희망하는 학생이 있으면 매 교시 신원확인 등 점검을 거쳐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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