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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공사 하나로 묶고…LH는 개발·주거복지 쪼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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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엽 기자I 2026.09.04 0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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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구조개편 착수
대형 공기업 재편으로 15개↓
유사·중복기능 11개 기관 합쳐
83곳은 유사 자회사 흡수·통합
석유공사, 완전자본잠식
가스공사, 통합땐 재무 건전성 우려
노동계 “밀실·졸속개편” 비판

[이데일리 박순엽 정두리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의 중복 기능과 불어난 조직을 정리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구조개편에 나선다.

발전 5사와 4개 항만공사, 한국석유공사·한국가스공사를 각각 하나의 기관으로 합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한다.

이를 포함해 공공기관과 자회사 등 109개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대형 공기업 통합에는 법 개정과 노조 협의가 필요한 데다 재무구조가 다른 기관을 합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예상돼 실제 개편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공공기관과 지정유보기관 수가 2007년 411개에서 올해 525개로 늘어난 가운데 기관별로 흩어진 유사·중복 기능을 합쳐 비용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각 부처는 기관별 기능개혁 로드맵을 마련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통폐합부터 착수할 계획이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에너지·항만 묶고 LH는 분리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 5사는 가칭 ‘한국발전’으로 단일 법인화한다. 발전사별로 나뉜 연구개발과 재생에너지 투자를 한데 모으고 연료·정비 자재를 공동 구매해 투자 여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통합 기관엔 재생에너지와 석탄발전 폐지를 전담하는 조직을 두고 전국에 3~4개 지역 재생에너지본부를 설치한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PA)도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한다. 정책·기획 기능은 본사로 모으되 기존 항만공사는 지역지사로 전환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맡긴다. 정부는 항만공사 간 과당경쟁을 줄이고 지역 항만 간 연계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가칭 ‘에너지자원공사’로 합친다. 석유와 천연가스의 개발·비축·공급 전략을 하나로 묶어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고 해외 자원개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모든 광업소가 문을 닫은 대한석탄공사는 청산한다. 지난해 말 기준 2조 59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처리하기 위한 재원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마련하기로 했다.

반면 LH는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담당하는 개발공사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을 맡는 자산공사로 분리한다. 개발과 주거복지를 한 기관에서 수행하면서 주택 공급이 늦어지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일 기관 통합을 마친 코레일과 SR은 이번 기능개혁의 선행 사례로 제시됐다.

이 같은 개편으로 줄어드는 기관은 모두 109개다. 에너지·항만 등 대형 공기업 재편으로 15개, 정원 100명 이상 중·대형 기관의 유사·중복 기능 통합으로 11개를 감축한다. 나머지 83개는 모회사와 업무가 겹치는 자회사를 흡수하거나 유사한 자회사끼리 합치고, 정원 100명 미만 소규모 기관은 통합 또는 기능 이관하는 방식으로 정비한다. 감축 대상엔 정식 공공기관 외에 자회사와 지정유보기관도 포함된다.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지방이전 밀실추진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주최로 ‘공공기관 기능개혁, 지방이전 밀실추진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어난 조직·부채가 배경…“기능·인력 재편 등도 필요”

정부가 대규모 공공기관 개편에 나선 배경엔 공공기관의 외형 팽창과 재무부담 확대가 있다.

공공기관과 지정유보기관을 합친 기관 수는 2007년 411개에서 올해 525개로 늘었다.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은 2010년 24만 7000명에서 지난해 43만 2000명으로, 인건비 예산은 2020년 29조 6000억원에서 지난해 37조 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공공기관 부채도 같은 기간 542조원에서 769조원으로 227조원 불어났다.

정부는 기관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업무를 여러 기관이 따로 수행하고 이에 따른 관리비용도 중복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조직과 인력 확대, 부채 누적이 계속될 경우 결국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유사·중복 기능은 정비하고 비핵심 기능은 덜어내 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계획대로 통폐합이 이뤄질 수 있느냐다. 대표적인 쟁점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차이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부채가 자산보다 2조 5290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전체 부채도 21조 9733억원에 달한다. 가스공사 역시 재무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석유공사의 부채까지 함께 떠안을 경우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주주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계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정부가 당사자인 노동자와 이용자를 배제한 채 개편안을 ‘밀실·졸속’으로 마련했다고 비판했다.

발전 공기업 통합처럼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 방안도 있으나 상당수 통폐합은 객관적인 검증과 공론화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4개 항만공사 노조도 의사결정이 복잡해지고 투자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만 커질 수 있다며 통합 철회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통합 이후의 기능·인력 재편과 부작용을 막을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단순 인력 감축에 그치지 말고 화력발전 인력을 재생에너지·수소·탄소 포집·저장(CCS)·폐로 분야로 전환 배치해야 한다”며 “통합 공기업의 독점력 확대에 대비해 전력시장 감시와 가격 결정의 투명성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난립으로 기능이 중복되고 불필요한 인력과 조직이 늘어난 만큼 통합 방향은 적절하다”면서도 “통합은 개혁의 시작일 뿐이며, 이후 기능·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중복을 줄이고 기관별 역량을 결합해야 비용 절감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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