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명이 동시에?…159억 원 '물뽕' 원료 해외로 빼돌린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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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나연 기자I 2025.10.01 05:55:08

미용용품 수출업체 위장해 밀수출
호주 국경수비대 첩보로 범행 덜미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국제 마약조직과 공모해 이른바 ‘물뽕(GHB)’의 원료물질인 GBL을 미국과 호주 등지로 대량 밀수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에서 1군 임시마약류 지정 물질을 해외로 수출한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압수한 마약 원료물질 GBL. (사진=연합뉴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30대 여성 A씨와 사실혼 관계인 20대 B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A씨의 가족과 지인 등 3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의왕시에 있는 미용용품 수출업체를 운영하며 시가 159억 원 상당의 GBL 8t을 72차례에 걸쳐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지로 보냈다. 이는 8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A씨는 속눈썹·가발 접착제를 지우는 리무버를 판매하다 영업이 잘되지 않자 지인의 업체에서 일하던 중 구매자로 위장한 미국 마약상과 접촉했다. 이로부터 GBL 원액의 수요를 확인한 뒤 범행에 가담했다. 그는 ‘미용용품 제조·수출업’이 명시된 사업자등록증과 타인의 사업장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내세워 국내 수입업자로부터 GBL을 사들였고, 이를 리무버 제품으로 둔갑시켜 소분·라벨링한 뒤 수출했다.

밀반출된 GBL은 멕시코 카르텔과 연계한 미국 내 조직에 의해 전역으로 퍼진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일당은 호주에도 23㎏가량을 다섯 차례 보내다 지난해 7월 국경수비대에 적발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호주 측 첩보를 전달받은 한국 경찰은 미국 마약단속국(DEA)·관세청 등과 공조해 수사에 착수했고, DEA는 미국 내 유통책을 검거해 직접 증거를 확보했다.

경찰은 지난 7월 의왕시에서 A씨 등 일당을 검거하고 GBL 1천382㎏을 압수했다. 범죄수익 18억 2천만 원에 대해서는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했으며, 수익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GBL을 판매하면서 거래기록을 보존하지 않은 수입업체 대표와 오픈마켓에서 GBL을 매수·소지한 7명도 적발해 이 중 1명을 구속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1군 임시마약류가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된 첫 적발 사례”라며 “해외 수사기관뿐 아니라 국내 유관기관과도 협업해 수출·반입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DEA는 “전례 없는 성과를 가져온 한국 경찰의 전문성과 수사 역량에 감사한다”며 추가 단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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