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분의1’은 지구에서 1초에 네 명꼴로 태어나는 아기 중 한 명이 돼 일생을 살아보는 웹 게임이다. 나라와 성별, 가정 형편은 모두 무작위다. 172개국의 실제 통계가 뼈대다. 기대수명과 영아·5세 미만 사망률, 소득 분포, 교육 연수 같은 숫자가 한 사람의 삶으로 풀려난다. 이용자는 해마다 공부·일·가족·건강 중 어디에 힘쓸지 고르고, 진학이나 이주 같은 갈림길에서 선택한다. 개발자는 생성형 AI를 사용해 약 4시간 만에 첫 버전을 내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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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모잠비크, 솔로몬제도, 나이지리아, 슬로바키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미국 등 10여차례 다른 삶으로 살았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출생이 가능성의 범위를 정한다는 점이다. 일반 게임은 능력치를 키우면 원하는 직업에 닿는다. 이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게임 속 연간 소득이 100만 원도 안 되는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학교에 들어가는 일부터 큰 과제였다. 이후에도 농장과 공장, 목축업 같은 1·2차 산업에서 일하다 생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음악이나 운동 같은 예체능은 꿈꾸기도 어려웠다. 미국에서 태어났을 땐 운동선수로 성장할 길이 상대적으로 넓었다.
같은 아프리카에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다른 나라의 격차는 컸다. 그래도 기자가 해본 판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삶을 누리려면 젊은 시절 해외 취업을 떠나는 길뿐이었다. 한국에 베트남, 네팔 등 여러 나라 노동자가 일하러 오는 것과 같은 논리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의외로 잘 산 인생이 그랬다.
이 게임의 묘미는 역설적으로 키우고 싶은 대로 키워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다섯 살, 열다섯 살, 서른 살 등 생애 마디마다 시간이 멈추고 질문이 던져진다. 같은 1초에 태어난 네 사람의 삶도 곁에서 함께 흘러간다. 점수나 순위로 삶을 비교하는 장치는 없다. 승패 대신 ‘이 삶이 어땠는가’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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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 살다 평온하게 떠난 건 슬로바키아 여성으로 태어난 판이다. 이 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이 80세 안팎인 데다 교육과 연금 체계가 갖춰져 있어 게임에서도 노후가 안정적이었다. 가장 넉넉했던 삶은 네덜란드 하위 20% 가정에서 태어난 경우다. 꿈꿨던 예체능 전문가는 되지 못했다. 현실처럼 게임에서도 확률이 낮았다.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돼 소득을 넉넉히 올렸고, 60세에 사업체를 키워 자산 30억 원을 쌓은 채 90세에 생을 마감했다. 행복·관계·지식·건강 지표도 평생 여유로웠다.
여러 삶을 거치며 공통으로 남은 건 감사였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기에 초·중·고 교육을 받고, 정상적인 직업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는 일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줄 알았다. 이런 소감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다. 비슷한 후기가 온라인에 이어지고 있다.
직접 살아보지 못한 나이까지 가보는 경험도 값지다. 은퇴하고 요양원에 들어가는 과정까지 거치다 보면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챙길지, 은퇴 후 어떻게 살지, 경제적 자유는 준비돼 있는지 자연스럽게 되짚게 된다.
맛보기로 즐기려면 16배속이 편하다. 결정 시간을 포함해 15분 안팎이면 한 인생을 살 수 있다. 1년이 3초 안팎으로 흐르는 속도다. 운이 없으면 1분 만에 끝나기도 한다.
이 서비스가 AI를 활용해 불과 몇 시간에 만에 만들어졌고,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는 점에서 이는 AI의 긍정적인 점이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돌아보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짧지만 묵직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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