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수도권에 이어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호남에 들어서는 셈이다. 팹(공장) 4기를 짓는 데 800조원을 투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 보고회’에서 “서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시설을 신규 건립해 압도적 공급 역량을 미리 확보해 나가야 한다”며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성과가 앞으로 대한민국의 20년, 30년을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피지컬AI·로봇 등 3대 프로젝트는 한국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는 거대한 작업이다. 경부고속도가 상징하는 1세대 산업화는 K제조업의 기반을 놓았다. 이어 초고속 통신망 구축은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이끌었다. 이제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3세대 산업화 시기를 맞았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반도체다. 경기 용인에 들어설 클러스터도 규모가 크지만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글로벌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긴 시야로 국내에 또 다른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AI 붐은 한국이 저성장 늪에서 빠져나올 천재일우의 기회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1.66%에 이어 내년에 1.52%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행히도 한국은 AI 신기술을 제조업에 곧바로 입힐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제조업 현장에서 피지컬AI를 활용하면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자주 찾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이달 초 방한에서 현대차, 네이버 등 한국 기업들과 ‘피지컬AI 동맹’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가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정쟁의 대상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애초 이재명 정부가 제2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을 위한 공모와 경쟁 절차를 생략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야당과 언론의 비판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호남권에 용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야당도 아예 판을 깨는 일이 없도록 객관적인 비판과 합리적 대안을 내놓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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