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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아직도 피처폰이”…MWC서 만난 '토착폰' 업체들

정병묵 기자I 2016.02.28 11:46:26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이 25일(현지시간) 폐막하며 나흘간의 대장정을 끝냈다. 올해는 삼성, LG 그리고 샤오미, 소니 등 글로벌 업체들의 스마트폰 대전과 스마트 기기의 미래인 ‘가상현실(VR)’이 최대 화젯거리였다. 그러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그란비아 전시장의 ‘변두리’인 홀 5~6에는 인도, 스웨덴, 일본 등 나라를 막론하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들이 휴대폰을 전시하며 현지의 ‘토착 세력’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알뜰폰 업체 ‘프리텔’ 직원이 폴더형 스마트폰 ‘무사시’를 소개하고 있다.
홀6의 일본의 알뜰폰(MVNO) 업체 ‘프리텔(Freetel)’ 부스에서는 독특한 모양의 휴대폰이 시선을 잡았다. ‘무사시’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폴더형 스마트폰으로 안쪽과 바깥쪽 모두 터치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다. 폴더폰처럼 접었다 폈다 사용하면서 디스플레이 터치도 가능하도록 한 제품이다. 가격은 245달러(약 30만원). 이 회사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은 ‘사무라이’(389달러, 49만원)인데 제품들의 ‘일본스러운’ 작명이 재미있었다.

일본은 스마트폰 사용자 두 명 중 한명은 애플 아이폰을 쓸 정도로 대표적 ‘친 애플’ 시장이지만 최근에는 아이폰6 이후 기세가 다소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프리텔 관계자에 따르면 이 틈을 타 프리텔 같은 알뜰폰 업체가 조금씩 부상하고 있다고. 일본 2위 이통사 KDDI의 네트워크를 빌려 이통 서비스를 제공하고 직접 휴대폰도 제조하는 프리텔은 설립 4년 만에 400만 가입자를 모으며 급부상 중이다.

유진 요시오카 프리텔 이사는 “작년 일본 전체 이통 시장에서 MVNO는 3% 비중인데 그 중 30%를 프리텔이 차지하고 있다”며 “일본은 고령 인구가 많다 보니 대화면 스마트폰보다 피처폰처럼 폴더형 스마트폰 제품을 고안했고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도로’의 노인을 위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스웨덴의 휴대폰 제조사 도로(Doro)는 한국에서는 6~7년 전에 이미 사라진 ‘폴더형’ 피처폰과 초기 버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대거 전시했다. 대거 전시했다. ‘노인용 휴대폰의 글로벌 리더’라고 현수막을 걸어 놓은 도로는 스웨덴 현지에서 급성장 중인 업체. 작년 4분기 매출은 6억2560만크로나(한화 910억원)로 전년비 43% 증가했다.

도로 관계자는 “스웨덴은 노령인구가 많아 아직도 피처폰 수요가 많다”며 “노인들이 쓰기 편리한 제품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이며 이 제품을 인도 등 다른 국가에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로 관계자의 말처럼 중국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2위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 대한 관심은 현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중국 3위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는 인도의 톱스타 ‘리틱 로샨’을 모델로 한 영상을 전시장에서 내내 틀어대며 인도 고객에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을 정도. 인도는 별도의 ‘인디아’관을 만들어 TV부터 휴대폰까지 생소한 브랜드의 제품을 대거 전시했다. 알려진 인도 업체 중에는 ‘인텍스(Intex)’가 홀7에 전시장을 꾸렸는데 정작 들여다 본 제품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돼 가면서 특정 프리미엄 제품들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각 나라의 로컬 업체들이 틈새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전시장을 둘러본 국내 전자업체 관계자는 “듣도 보도 못한 업체들이 휴대폰을 전시해 놔 놀랐다”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성장세가 꺾인 상황에서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로컬 업체들의 노력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참고할 만한 징후”라고 설명했다.

MWC 인도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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