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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 해소… 눈·입을 촉촉하게

조선일보 기자I 2010.05.19 12:00:00

[藥이 되는 먹을거리] 칡

[조선일보 제공] 1876년 미국은 독립 100주년 기념 만국 박람회를 열면서 일본에서 칡을 수입해 필라델피아박물관 앞에 심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칡은 미 전역으로 퍼져 나가 '생태계 파괴 10대 동식물'에 식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칡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요즘 봄산에서도 그 생명력을 엿볼 수 있다. 산 초입에는 각종 식물들이 새순을 내놓고 있는데, 그 중 칡 순(筍)이 가장 빠르게 자라나고 있다.

칡은 효능이 많은 식물이다. 뿌리인 갈근(葛根)은 예전부터 칡차, 칡전, 칡콩나물국, 칡국수, 칡솥밥으로 이용됐다. 향기로운 칡꽃은 갈화(葛花)라는 약재로 사용된다. 칡의 줄기 껍질은 엮어서 칡베옷(葛布衣)으로 입었다.

칡을 뜻하는 한자 '갈(葛)'은 '막을 알(�S)'에서 유래했다. 칡덩굴이 지나치게 빠르고 질기게 자라 길을 가로막아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인 '갈등(葛藤)'도 칡과 연관이 깊다. 칡덩굴과 등나무 덩굴이 얽히고설키면서 자라 풀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칡은 석 달 만에 18m까지 자란다. 뿌리의 수분을 18m까지 끌어올려 가지 끝에 공급한다. 이러한 힘이 인체에도 작용한다. 칡뿌리를 먹으면 아래로 빠져나가려는 설사를 멎게 하고, 그 수분을 머리로 끌어올려 갈증을 멎게 하며, 눈과 입과 뒷목을 촉촉하게 적셔 준다. 따라서 칡뿌리는 고혈압으로 뒷목이 뭉친 사람, 당뇨로 입이 마른 사람, 눈이 건조한 사람, 몸에 열이 많은 사람, 갱년기에 열이 많이 뜨는 여성에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술독을 땀과 소변으로 빼내는데, 칡뿌리는 땀과 대소변을 잘 통하게 해서 술독을 풀어준다. 그래서 숙취 해소에 칡차를 마시는 것이다. 칡뿐 아니라 콩과에 속하는 덩굴 식물들인 콩·팥·녹두 등은 모두 숙취 해소에 좋다. 술독에 유명한 처방인 '동의보감'의 신선불취단(神仙不醉丹)에서는 칡꽃이 중요한 성분이다. 칡뿌리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혈압이 조금 높은 사람, 덩치가 제법 있는 사람에게 알맞다. 위가 차가워서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나 여름철에 땀이 많은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감기에도 쓴다. 대표적인 것이 갈근탕이다. 목이 뻣뻣하고 등허리가 당기며 오슬오슬 추운 감기, 땀이 나지 않고 바람 맞기도 싫은 감기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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