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길면 3년, 짧으면 1년[공관에서 온 편지]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인경 기자I 2026.08.21 05:03:02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바레인, 1970년대 韓 1차 중동붐 이끈 나라
올해 양국 수교 50주년 맞아
중동 유일 섬나라로 정서 공유…외교력도 뛰어나
미-이란 전쟁 길어지고 있지만 희망 가져야

최병선 주바레인대사[외교부 제공]
최병선 주바레인대사[외교부 제공]
[최병선 주바레인대사] 최근 걸프에서의 전쟁으로 많은 국민들이 중동에 대한 지식이 많아졌다. 고대 페르시아 조로아스터교의 지혜의 신 이름에서 유래한 ‘호르무즈’ 해협은 물론 걸프 내 작은 섬 이름까지도 익숙해지다 보니 바레인이라는 나라도 널리 회자되는 것 같다.

바다를 뺀 국토 면적은 서울시의 1.3배, 제주도보다 작지만 아랍어 ‘두 개의 바다’라는 가장 큰 세계를 담고 있는 바레인은 1970년대 한국의 제1차 중동붐을 이끌었던 한국 경제발전사의 진앙지라 할 수 있다.

올해는 양국 간 수교 50주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이다. 1976년 2월, 당시 20세기 최대 토목공사로 불렸던 바레인 접경 사우디의 주베일 산업항 건설 공사를 현대건설이 수주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당시 해상·항공 물류의 중심지였던 바레인과 전격 국교를 열고 일본, 중국 등보다 앞서 대사관을 개설(1976년 6월)해 한국 경제 도약의 든든한 전초기지가 됐기 때문이다.

바레인은 걸프 일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로 기원전 2000년부터 메소포타미아문명과 인더스문명 사이에서 분쟁의 중재와 상업의 허브 역할을 해 왔던 자부심 강한 나라다. 바레인의 수도가 마나마인데 아랍어(마: 부정어, 나마: 자다)로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뜻을 가진 데서도 당시 바레인이 얼마나 활기찬 중심지였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바레인은 1932년 걸프 최초의 석유 생산, 정유공장(BAPCO), 여학교, 여자 경찰, 현대식 병원, 항공사(Gulf Air) 및 금융·물류로의 산업다변화 선도 등 새로운 길을 제일 먼저 열어온 ‘퍼스트 무버’였다.

외교력도 뛰어나다. ‘작은 나라, 큰 이웃(Small nation, Big neighbors)’이라는 말처럼 바레인은 사우디, 이란 등 강대국 사이, 걸프 중심에 위치해 있는데 마치 중국 춘추시대 중원에 위치해 진(晉), 초(楚) 강대국 사이에서 명분과 실리의 생존외교를 펼쳐 첫 패권국이 됐던 정(鄭)나라와 비슷하다. 현재 아랍세계를 대표하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자, 걸프협력회의(GCC)의장국으로서 이란의 공격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매서운 외교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동 유일의 섬나라여서 그런지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와 정서적으로도 공유면이 넓다. 바레인 문화재청장이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바레인 진주조개잡이 어부(pearl diver)와 유사한 해녀를 보고 한동안 넋을 잃고 지켜 보았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보았고 시내 쇼핑몰 서점에서는 드라마 수록곡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중동이 얼마나 깊숙이 우리 삶에 들어와 있는지는 급등한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길면 3년, 짧으면 1년’(주현미 1집)이라는 친숙한 노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976년 대한항공이 중동노선에 취항했을 때 첫 도착지가 바로 바레인 공항이었고 고국에 가족을 두고 섭씨 50도의 폭염 속으로 뛰어들던 우리 아버지들이 가슴 졸이며 운 좋으면 장기 3년, 아니면 단기 1년 도착 비자를 받던 그 애환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올해 걸프의 여름은 더 길고 습하고 슬펐다. 미-이란 간 전쟁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경제전, 장기전 양상으로 진행중인 상황이지만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한 ‘길면 3년, 짧으면 1년’을 읊조리며 희망을 가져본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