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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한때 국민 1인당 20마리씩의 양(羊)을 보유했던 뉴질랜드는 이제 대표적인 소[牛] 보유국으로 돌아섰다. 뉴질랜드는 한 해 1750억달러(약 187조5300억원)를 벌어들이는 세계 최대 우유 수출국이다.
이같은 변화는 세계 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 소비패턴 덕이다. 실제 뉴질랜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우유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그 규모는 지난해 99억뉴질랜드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45%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중 대(對)중국 우유 수출규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폴 블록스햄 HSBC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뉴질랜드의 농업부문이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현재 모든 엔진이 가열되고 있는 만큼 뉴질랜드 경제는 올해에도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낙관했다. HSBC는 올해 뉴질랜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대비 3.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2.8%에 비해 0.6%포인트나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선진국 평균 성장률 전망치보다도 훨씬 높다.
HSBC는 특히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다음달 통화정책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로 인해 통화가치도 상승해 40년만에 처음으로 1뉴질랜드달러가 1호주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하얀색 금(金)’으로 불리는 우유 수출 호조가 뉴질랜드 경제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1980년 이후 뉴질랜드에서 젖소 수는 650만마리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양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최소 30만헥타아르 수준의 농장이 낙농업용으로 전환됐다.
게다가 낙농업이 호조를 보이자 해외자본도 뉴질랜드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이미 올들어 10억뉴질랜드달러 규모로 해외자본이 낙농업 공장에 투자했다.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은 뉴질랜드를 ‘우유의 사우디 아라비아’라고 부르고 있다.
낙농업 이익단체인 비즈니스NZ의 필 오레일리 최고경영자(CEO)는 “낙농업 붐으로 인해 운송 선박은 물론 새로운 항구와 독(dock), 인프라 스트럭처(사회기반시설)까지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같은 뉴질랜드 경제가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수요에 따라 낙농업 제품 가격이 급변동할 경우 경제가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헤지펀드인 SLJ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젠 파트너는 “뉴질랜드는 남부 유럽 국가들이나 남부 아시아의 이머징마켓 국가들처럼 외부 충격에 언제든 위기를 맞을 수 있는 경제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실제 지난해 뉴질랜드는 총수출의 3분의 1인 134억뉴질랜드달러를 낙농업 한 분야에 의존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