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박용진 부위원장이 대형마트 강제휴무에 대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려 했지만 역효과가 났다”고 최근 지적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고백이다. 마트 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어서야 여권에서 이런 반성이 나온 것 자체가 만시지탄이긴 해도 그 자체로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하지만 “쿠팡만 키웠다”는 뒤늦은 반성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즉각적인 제도개선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소비자들은 휴업일에 전통시장으로 가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로 향했다. 대형마트 문을 억지로 닫게 한 결과 전통시장이 살아난 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만 한껏 커졌다. “시장은 변했고 소비자 행동 방식은 진화했는데 제도만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박 부위원장의 토로 그대로다.
근본 문제는 규제의 형평성이다.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강제로 문을 닫지만 온라인 플랫폼과 새벽배송 업체들은 24시간 영업한다.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데 한쪽에만 족쇄를 채운 셈이다. 이런 게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억지 규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지역에서 전통시장 매출 감소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히려 소비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동하고 주변 상권 이용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수라는 주장이 틀린 것이다. 그간 수없이 문제점이 제기된 이 규제가 정책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시장 왜곡만 초래했다면 없애는 게 상식이다.
정부·여당은 이제라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전면 폐기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산업 구조와 기술, 소비 행태는 급변하는데 규제는 과거의 이해관계에 묶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의 기준은 특정 사업자, 상권 보호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편익과 시장의 효율화여야 한다. 전통시장 지원 문제는 그 자체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배송 서비스 확대, 결제 시스템 개선, 지역 특화 콘텐츠 육성 같은 실질적 지원이 정답이다. 소비자 선택을 억지로 제한해서는 지속가능한 상생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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