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라임 환매중단 사태’ 벌써 잊었나…사모대출 뇌관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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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I 2026.03.11 05:08:04

韓 기관들, 사모대출 ‘부실 사이클’ 대응할 시점
재무약정 부실한 투자 기업 한국시장에 물밀듯 밀려와
"해외에서 거절 늘자 한국으로 자금 모으러와" 지적도
돌려막기 우려도…“라임 사태 역시 본질은 사모대출 구조”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고금리 환경 속에서 대체 투자로 각광받아온 '사모대출' 시장을 둘러싸고 국내 금융권의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사모대출 부실 우려가 제기되자 국내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투자 점검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시장 일각에서는 아직 사모대출 부도율이 낮아도 과거 '라임 환매중단 사태'처럼 유동성 문제가 뒤늦게 드러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 집 나가기 전에 외양간 고치라”…사모대출 경계 나선 투자자들



10일 이데일리 취재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부 기관투자자(LP)들은 최근 사모대출 투자에 대한 점검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차입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감시하는 장치인 ‘코버넌트(Covenant)’ 조건을 중심으로 투자 구조를 다시 살펴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관은 당분간 사모대출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곳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 LP 고위 관계자는 “사모대출은 원래부터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이었지만 최근에는 재무약정이 너무 약한 구조의 투자도 너무 많아졌다”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당분간 신규 투자를 보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모대출은 은행 대신 사모펀드나 전문 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투자 방식이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 연 7~10%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중위험·중수익 대체 투자처로 부상했다. 국민연금, 보험사, 공제회 등 주요 기관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사모대출 투자 비중을 빠르게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고음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양상이다.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블루아울 캐피털'의 사모대출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불거지자 국내에서도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감독당국도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블루아울 관련 시장 우려가 확산되자 국내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해외 사모대출 펀드 건전성 점검에 착수했다. ☞관련기사 [only 이데일리]'블루아울 여파'…금감원, 증권사 사모대출 긴급 점검 이어 이달 4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해외 사모대출 펀드 담당 임원 및 최고운영책임자(COO) 등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국내에서 판매된 해외 사모대출 펀드 잔액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다.



韓 사모대출 쏠림 왜…“라임 벌써 잊었나”



시장에서는 사모대출에 대한 경계가 다소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지난 2년 전쯤부터 사모대출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투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속도 조절로 생긴 공백을 한국 기관 자금이 일부 메우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사모대출 운용사들이 한국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섰고, 이를 유망 투자처로 삼은 국내 자금의 시장 참여가 빠르게 늘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에서는 지난 2024년부터 일부 연기금이나 보험사가 사모대출 투자 속도를 늦추거나 신규 투자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출 조건이 느슨해지고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과거 라임 사태의 교훈을 너무 빨리 잊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라임 사태는 당시 ‘헤지펀드 사태’로 불렸지만 실제 투자 자산을 들여다보면 무역금융 대출 등 비상장 기업에 대한 대출 채권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라임 사태는 운용사의 불법 행위가 결합된 사례였지만, 비상장 대출 채권 투자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정보 비대칭과 자산 평가의 불투명성이라는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사모대출을 고금리 환경에서 안정적인 ‘중위험·중수익’ 자산으로 삼아 투자 규모를 빠르게 늘렸다. 공모 채권이나 상장주식과 달리 사모대출은 운용사와 차입 기업 간 직접 계약 구조가 일반적이다. 거래 참여자가 제한적인 만큼 정보 비대칭이 크고 외부 감시도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사모대출 역시 자산 실체나 가치 평가 관련 부실 문제가 뒤늦게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대출 시장 구조적 리스크…장부평가·PIK·코버넌트 약화



전문가들은 사모대출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금리 상승과 레버리지 확대, 코버넌트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대출은 상장 채권처럼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산 평가 역시 시가 평가가 아니라 운용사가 측정한 모델 기반 공정가치 평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런 평가 방식 덕에 부실을 늦게 드러나게 하는 구조적 문제도 안고 있다. 금리가 급등하거나 차입 기업의 재무 상태가 악화돼도 공정가치 평가액 기반 가치가 유지되다가 만기 시점에 손실이 한꺼번에 반영되는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보호 장치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사모대출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차입 기업에게 유리한 ‘코버넌트 라이트(covenant-lite)’ 구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일정 부채비율이나 재무 지표를 유지하지 못하면 대출자가 즉시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재무약정이 크게 완화된 사례가 늘고 있다. 그만큼 투자자가 기업의 재무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PIK’ 구조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차입 기업이 현금 대신 추가 채권이나 지분 형태로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단기적으로는 부도 위험을 낮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금흐름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평가다.



사모대출 기업들, 돌려막다 무너질라…'그림자 파산' 유동성 위기 경고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의 신규 대출을 다시 조달하는 '리파이낸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파이낸싱에 성공해 속칭 '돌려막는' 동안은 외부에서는 알 수 없으나, 실질적으로는 기업의 부채 부담이 점차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용히 파산 지경으로 가는 기업이 늘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동성 위험도 잠재 리스크로 꼽힌다. 사모대출 펀드는 대부분 폐쇄형 구조지만 일부 리테일 펀드의 경우 투자자 환매 요청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투자 자산의 부실 징후가 나타날 경우 투자자들이 먼저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유동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에서는 일부 펀드를 중심으로 환매 요청이 늘어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스톤이 운용하는 리테일 사모대출 펀드 ‘BCRED’의 경우 투자자 환매 요청이 자산의 약 8%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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