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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간의 변화는 사람도 바꿔…현대차 개방·혁신 문화에 기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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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기자I 2026.09.17 0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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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에는 스토리가 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 양재사옥 리뉴얼한 건축가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디렉터
“공간 아닌 사람 관계 다시 설계,
정의선 회장 의견도 직접 반영"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스튜디오스 아키텍처 디자인 디렉터가 지난 5월 14일 서울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스튜디오스 아키텍처 디자인 디렉터가 지난 5월 14일 서울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기업 로비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동료나 방문객을 만나고, 또 전 직원이 타운홀 미팅을 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리뉴얼 작업을 디자인한 글로벌 건축사무소 ‘스튜디오스 아키텍처’의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디자인 디렉터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업 로비는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호텔 로비처럼 온갖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사옥 1층은 회사의 위용을 보여주는 대리석과 조형물을 늘어놓는 곳이 아니라 구성원이 만나고 일하고 쉬는, 살아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다.

스튜디오스는 198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나이키 뉴욕 본사, 구글 파리 유럽본사 등의 업무공간을 설계해 온 회사다. 빌레가스 산느는 1994년 합류한 뒤 30년 넘게 기업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공간으로 구현하는 일을 해왔다.

그가 현대차 양재사옥 리뉴얼 프로젝트를 의뢰받고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우선 주목한 것도 사람들의 행동이었다. 그는 “처음 양재사옥을 찾았을 때 그 규모와 자연광이 들어오는 중앙 홀이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사람들은 주로 서둘러 지나가는 통행 공간으로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설계진은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공간을 새로이 디자인했다. 입구는 방문객을 자연스레 맞을 수 있도록, 또 안쪽으로 갈수록 정보를 얻거나 사람들끼리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공간의 성격을 달리했다. 중앙 홀 양옆의 높은 벽을 없애고 천장을 높여 막혀 있던 시야를 열었다.

빌레가스 산느는 “결국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견도 설계 과정에 직접 반영됐다. 그는 “정 회장과 직접 의견을 나눴다”며 “이를 통해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공간의 변화가 아니라 이를 통해 회사의 문화적 변화를 보여주고 그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걸 이해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스튜디오스 아키텍처 디자인 디렉터. (사진=스튜디오스 아키텍처)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스튜디오스 아키텍처 디자인 디렉터. (사진=스튜디오스 아키텍처)
그가 리뉴얼 과정에서 가장 고심한 곳은 지하 구내식당이었다. 프랑스 출신인 그에게 음식, 식사시간은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였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기존 구내식당은 자연광이 부족한 한 시대 전 식당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지하 한가운데를 야외 광장처럼 꾸미고 천장에는 바깥 햇빛을 연상시키는 조명을 달았다. 식물과 차양, 야외 분위기의 가구도 새로이 배치했다. 이 같은 구상이 현재의 구내식당 ‘12st’에 반영됐다.

그는 “구내식당은 사람들이 일에서 잠시 벗어나 식사 자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며 “식사시간이 아닐 때에도 자연스럽게 만나 이야기하거나 비공식적인 회의를 하는 곳으로 쓰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건축가에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설계를 끝냈을 때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공간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다. 그도 올 3월 개관식 때 양재사옥을 다시 찾아 변화된 모습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새 공간은 예상 이상으로 잘 작동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만나고 일하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쿠션에서 쉬거나 골프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바삐 지나던 공간이 사람들의 목적지가 되고, 즐겨 찾는 업무공간으로 자리잡은 듯했다.”

30년 넘게 업무공간을 설계한 그에게도 양재사옥은 새로운 실험적 요소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었기에 그 사옥 역시 사람뿐 아니라 로봇도 불편 없이 움직여야 하는 건물이어야 했다는 점이다.

그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와 이동 경로를 설계하면서 바닥의 높이 차이, 로봇이 방향을 틀 때 필요한 반경, 충전시설 위치까지 건축설계 단계에서 고려해야 했다”며 “스튜디오스 입장에서도 매우 새로운 경험”이라고 전했다.

빌레가스 산느는 “새 공간이 우리 예상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행동을 바꿨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 공간이 더 개방적이고 협업적이며 혁신적인 문화를 만들고,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공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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