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관광·마이스(MICE) 업계와 지역에선 역대 최대 예산에 대한 반응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늘어난 예산의 상당수가 ‘단기 소비 확대’와 대상이 겹치는 ‘중복 사업’, 특정 지역에 집중된 ‘인프라 사업’에 쏠렸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관광 인프라 구축과 마이스 등 고부가가치 시장 확대, 관광벤처 육성 등 체질 개선에 필요한 ‘장기 전략 투자’는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오늘만 살고, 내일은 없는 계획”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복수의 지자체 관광과 관계자는 “적어도 지역도 예산을 부담하는 사업을 폐지할 땐 사전에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가 폐지·삭감 사유는 설명하지 않고 증액분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마트 관광·마이스 등 43개 사업 삭감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내년도 관광 부문 정부 예산안에는 ‘지방공항 중심 초광역 메가관광권 조성’과 ‘지방 대형 호텔 건립 융자지원’, ‘지역 관광명소 재생’ 등에 2272억 원 예산이 신규 편성됐다. ‘근로자 휴가지원’과 반값 여행 사업인 ‘지역사랑 휴가지원’, 스포츠·야간 관광 등 ‘체류형 지역관광’, ‘전통시장 관광’, ‘걷기여행’ 등 기존 사업에도 올해보다 약 2~7배 늘어난 예산이 배정됐다.
반면 43개 기존 사업은 약 68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삭감·조정됐다. 이종산업 협업과 반려동물 동반여행, 핫스팟 가이드 등 ‘한국형 지역관광 활성화’는 세부 사업 대부분이 폐지·이관되면서 16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삭감됐다. ‘스마트 관광’과 K관광 협력단·쇼핑 관광 등 ‘외래객 유치 기반 조성’, ‘관광벤처 지원’, ‘마이스 산업 육성’, ‘융합관광 콘텐츠’ 등 세부 사업 예산도 140억 원 가까이 줄었다. 모두 고품격·고부가 관광 활성화와 다각화를 목표로 중점 추진해 오던 사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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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겉으로 ‘지역관광 활성화’, ‘고부가가치 시장 확대’를 외치면서 단기간 내 방한객 수 등 가시적 성과를 내기 쉬운 개별 관광객 유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인당 객단가가 1200만 원이 넘는 80명 규모 방한 포상관광단 행사를 치른 여행사 대표는 “주무 부처조차 단체·행사 유치에 최소 2~3년이 필요한 마이스 산업의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가관광권 대상 기존 사업과 겹쳐
문체부는 상당수 사업이 폐지·삭감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예산 효율성을 고려해 사업 항목을 조정한 것일 뿐 폐지·삭감 규모는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와 지역에선 정책의 일관성과 정합성은 물론 현실성과 미래 대응력을 갖추지 못한 ‘재탕’ 계획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공항(김해·대구·청주·무안·양양)을 중심으로 ‘방한 관광 골든루트’를 구축하겠다는 ‘초광역 메가관광권’이 대표적이다. 무안·양양 같은 폐쇄 중이거나 운항 중인 국제 노선이 없는 공항이 대상인 것도 문제지만, 2024년부터 10년간 3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등 기존 사업과도 대상 지역이 겹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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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형 호텔 신설보다 공실 건물 리모델링이 효과적
올해보다 3.5배 늘어난 228억 원이 배정된 인구감소(관심)지역 대상 ‘지역사랑 휴가지원’은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중복 우려도 나온다. 내년 6.5배 넘게 늘어난 72억 원을 배정한 ‘전통시장 관광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107개 인구감소(관심)지역에 연간 1조 원을 교부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올 3월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 기본법 개정으로 기반 시설 조성은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고려했다는 문체부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숙박 인프라 확충을 위한 ‘지방 대형 호텔 건립 융자지원’도 인구 감소와 상권 붕괴로 공실 건물 투성이인 지방 도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인구감소지역 산하 관광재단 관계자는 “대형 호텔이 들어와봐야 운영 적자만 쌓일 게 뻔하다”며 “노후 시설과 공실로 방치된 건물을 지역색이 담긴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관광 활성화’와 ‘관광벤처 지원’ 삭감은 정책의 기본 철학인 ‘미래 대응’을 간과했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광벤처 대표는 “정책은 이슈나 유행을 쫓기보다 시장 흐름을 읽고 반걸음 앞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뒤 “관광객 수와 단기 소비 확대에 치우친 채 정작 시급한 DX(디지털 전환)·AX(AI 전환) 등 장기 미래 투자를 줄인 건 되짚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160004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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