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골든타임’ 속에서 한국 주력 첨단산업이 자금 조달에 뒤처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첨단 반도체 공장만 해도 하나를 지으려면 20조~30조원이 필요한데, 대기업마저 이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등처럼 큰 규모의 초기 민간 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에 한해 금산분리 규제의 과감한 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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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산업계에 따르면 금산분리를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지난해 AI 민간 투자액은 한국보다 80배가량 더 많다. 특히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텔은 자산운용사 아폴로와 51:49 합작투자를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공격 투자 계획을 밝혔다. 아폴로가 투자한 금액은 110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한국이었다면 경직적인 금산분리 규제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사례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지난달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와 맺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두 배 많은 반도체 공장이 필요하다. AI 반도체 외에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많은 첨단산업 투자가 자금 규제 탓에 발이 묶여 있다는 게 산업계의 토로다.
재계에서는 단순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규제 완화를 넘어 첨단산업에 한해서는 근본적인 금산분리 규제 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CVC 규제 완화는 규모가 작다”며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등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특정한 사람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상당히 어려워지면서 (과거와 달리) 안전장치가 많아졌다”며 “소액주주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법으로 보완해놓았기 때문에 금산분리를 획일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더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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