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국정감사가 6일부터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민생 국감’으로 규정하고 민생과 정책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지만 시작부터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날 열린 대법원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일반증인이 아닌 기관장으로 출석해 “헌법의 취지에 비춰 대법원장이 제청에 관해 국회에서 증언하도록 하는 건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의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국감에서 증인으로서 증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을 향해 질의를 이어갔고 심지어 탄핵까지 언급했다. 헌법상 보장된 독립적인 대법관 제청권 행사를 놓고 이를 문제 삼아 탄핵하겠다는 게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측근들의 인사 전횡을 따지겠다며 채택한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대표적이다. 국감을 정쟁의 연속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여당을 견제할 수 없다. 송곳 정책 검증에 나서야만 정부를 견제하고 야당의 선명성을 드러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전월세난을 부추긴 부동산 정책 등과 관련한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증인 채택 불발은 아쉽다. ‘민생 국감’을 표방한 민주당의 이중적인 잣대는 물론 야당의 무기력이 그대로 드러난 꼴이다.
외교, 안보, 치안 외에도 민생 현안은 산적해 있다. 국감은 초유의 금융권 연쇄 해킹 사고와 관련해서도 국민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따지는 자리가 돼야 한다.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대미 관세 협상과 투자 관련 현안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국감에서 채택한 일반증인·참고인 3명 중 1명이 기업인이라는 점은 여전한 병폐로 지적된다.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증·참고인을 무더기로 채택한 것인데, 지금 기업들이 처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래도 되나.
고성이 오가고 피감기관과 증인 망신주기 구태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게 국감의 현실이다. 정책 검증 대신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국감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국감 무용론’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만큼은 민생 중심이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