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도체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 회의 도중 CNBC 인터뷰에서 ‘표적화되고 신중한’ 반도체 관세 정책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를 낼 각오를 하라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의 대미 수출에 영향이 불가피하다.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러트닉 장관의 반도체 관세 언급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안에 세계 반도체의 40%를 미국이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알루미늄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반도체에도 관세를 물리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냈다. 연초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무역협상을 지시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7월 “나는 (마이크론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대만 사례다. 대만은 지난 1월 미국 내 생산량에 연동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에 합의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가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미국은 대만산 반도체의 관세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CNBC 인터뷰에서도 러트닉 장관은 “TSMC는 애리조나에 2650억달러(약 36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마이크론은 2500억달러 규모의 메모리 공장을 짓는다”며 “이것이 트럼프 관세 정책이 작동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만 케이스는 우리에게 양날의 검이다. 작년 가을 한미 양국은 ‘전략적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에서 반도체 관세는 주요 경쟁대상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향후 협상에서 대만에 준하는 관세 면제를 미국에 요구할 근거가 된다. 다른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투자 규모가 TSMC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약점이다. 미국은 ‘대만 모델’을 내세워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더 지으라고 압박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K반도체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