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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여파와 폭우, 가뭄·무더위까지 겹친 ‘삼중고’에 식재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내수침체에 신음하던 유통업계는, 고(高) 물가 탓에 역으로 매출이 급감할까 염려하는 모양새다. 이에 이마트와 롯데마트, G마켓 등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산지직거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밥상물가’ 잡기에 나섰다.
23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유통가격 동향 정보에 따르면 7월 2주차인 지난 10∼14일 1등급 돼지고기(박피)의 평균 도매가격은 1㎏에 624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도매가인 5165원보다 20.8% 올랐다. 이 탓에 ‘만만한 식재료’던 삼겹살의 도매가격도 20% 이상 상승했다. 작년 100g당 2000원 언저리에서 형성됐던 삼겹살 평균 소매가격은 현재 2500~3000원에 형성돼 있다. 피서철을 앞두고 대형 돼지고기 가공업체들이 농가에서 돼지를 미리 사들이면서, 경매에 나오는 돼지 마릿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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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관계자는 “엽채류(葉菜類)는 기후와 토양 변화에 민감한데 근래 폭우가 이어지면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며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병충해 위험까지 높아, 당분간 채소가격의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AI 여파로 달걀과 닭고기 등도 마음 놓고 사먹지 못하던 소비자들은, 연일 오르는 식재료 가격에 마트 방문 빈도를 점차 줄이는 모양새다. 이에 소비자 지갑이 닫힐 것을 우려한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은 산지 직거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직거래를 위해서는 유통사 직원이 현지를 직접 방문하는 ‘품’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중간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고 추가적인 가격 상승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마트는 지난 5월 중순부터 경상도와 전라도 일대의 산지 개발을 통해 우수한 품질의 감자 85톤 물량을 사전 비축했다. 또 6월 중순에는 폭우가 내리기 전 수박 4만5000통을 산지에서 직접 공수해 이마트 후레쉬센터 CA저장고에 비축, 가격을 10% 가량 낮췄다.
롯데마트는 최근 ‘가락시장 경매상품 특가 서비스’를 정식 오픈해 매주 1회 이상 가락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구매한 과일, 채소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당일 가락시장에 나온 신선 상품을 시세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또 롯데마트는 올해 말까지 로컬채소 운영 점포 수를 65개에서 10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로컬채소는 일반 채소에 비해 이동거리와 수확에서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 중간 유통마진을 줄일 수 있다.
G마켓은 온라인 전용 식품 브랜드 ‘Gtable’을 론칭했다. G마켓 식품 담당자로 구성된 식품 검증단이 신선식품 판매자를 선정해 원산지에 직접 방문하고 판매자와 함께 제품 생산부터 가공, 포장, 배송 작업까지 참여한다. G마켓은 산지직거래 상품 매출 증가에 힘입어 올 상반기 신선식품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오픈마켓 한 관계자는 “산지 직거래를 위해서는 MD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품질을 검증해야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그러나 물량을 사전에 비축해 가격 폭등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최근에는 산지 거래 비중을 많이 늘려가는 추세다. 소비자 밥상 물가 잡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