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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소득층 월급만 깎인 주 52시간, 이래도 놔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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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6.10.08 0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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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가 시행된 지 8년이다. 이제는 찬반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결과를 놓고 제도를 평가할 때가 됐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와 한은 연구진의 최근 실증분석은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가 애초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장시간 노동을 줄인 점은 인정하더라도 직종과 소득 수준을 가리지 않고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방식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초과근로시간은 7.7%, 초과급여는 6.7% 감소했다. 하지만 부담은 고르게 나뉘지 않았다. 소득 하위 20%의 총급여는 1.3% 줄어든 반면 상위 20%는 1.1% 증가했다. 초과근로수당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 근로자가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증거도 뚜렷하지 않았다. 오히려 성과급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1인당 부가가치에 부정적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R&D·IT·금융상품 설계처럼 집중적 몰입과 성과가 중요한 직무에 일률적인 시간 규제가 반드시 효율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연구도 비슷한 경고를 보낸다. 시간당 임금 상·하위 10%의 격차는 2008년 9.56배에서 2023년 6.02배로 줄었지만 월임금 격차는 오히려 8.92배에서 12.4배로 커졌다. 저임금층의 시급은 올라도 일할 시간이 줄면서 월소득 격차는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시간 단축이 누구에게나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은 지켜져야 한다. 문제는 ‘몇 시간 일했나’만을 법으로 획일 규제하는 방식이다. 고소득 전문직과 연구개발 인력, 생산현장 근로자의 일하는 방식은 같지 않다. 업무 특성과 근로자의 선택권을 반영해 선택·탄력근로를 넓히고 일정 요건을 갖춘 전문직에는 좀 더 유연한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여당이 메가특구에 한해 주 52시간 예외를 검토하는 것도 이런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특정 지역과 사업에만 예외를 줄 이유가 없다. 8년간의 실증자료를 토대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노동정책도 선의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해야 한다. 획일적 근로 규제를 고집하기보다 더 쉬면서도 필요할 때 집중해 일하고, 소득도 높일 수 있는 길을 찾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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