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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스몰딜’ 시계 움직인다…평화협정 이끌 계기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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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기자I 2026.08.25 05: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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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김여정, 대남 비난에도 트럼프와 관계엔 여지 남겨
인도·파키스탄처럼 北핵보유 현실 전제 협상 가능성
비핵화서 ‘핵 관리’로 선회 땐 코리아패싱·핵무장론 커질 수도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7년간 멈춰있던 북미 정상외교가 다시 움직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축소·조기 종료된 데 이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는 메시지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 앉더라도 2018~2019년과 같은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절대불퇴’를 선언한 만큼 핵프로그램 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딜’이 새로운 협상식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왜 지금 김정은에 손 내미나

UFS 축소는 말보다 강한 대북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정책의 상징으로 규정하며 지속적으로 중단을 요구해왔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온 연합훈련을 실제 축소한 것은 북미대화를 위한 일종의 신뢰 표시로 해석할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도 변수다. 이란전쟁 장기화로 부담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에서의 외교적 성과는 매력적인 카드다.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라는 점 역시 정치적 자산이다.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에 서로 다른 접근을 하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란에는 핵무기 보유 자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이미 상당한 핵능력을 갖춘 만큼 이를 단기간에 제거하기보다 위험을 관리하는 실용적 접근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美엔 여지 남긴 김여정…‘스몰딜’ 부상

북한의 최근 메시지에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19일 UFS 축소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하고 최근 북미 정상 간 소통이 있었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의연 훌륭하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두 정상의 개인적 관계를 분리한 셈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미국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바로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이후 북한은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핵보유를 헌법에 명문화했다.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에 다시 나설 유인은 크게 줄었다.

결국 관건은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어느 수준까지 받아들이느냐다. 여기서 ‘인정’은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상 공식 핵무기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인도와 파키스탄처럼 NPT상 핵무기국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실제 핵무기를 보유한 현실을 전제로 외교·안보정책을 펴는 방식이 있다. 북한 역시 법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상당한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현실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난다면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 프로그램 동결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딜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기존 핵무기의 즉각적인 폐기보다 핵물질 생산과 핵탄두 증가 등 추가적인 핵능력 고도화를 우선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단계적 비핵화 구상과도 접점이 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의 핵능력 고도화를 멈출 실효적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선 비핵화 대신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접근이다.

北핵 용인·코리아패싱 우려…韓 역할은

핵동결 협상은 양날의 칼이다.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동결과 군비통제를 우선할 경우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안보불안이 커지고 독자 핵무장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 직접 거래하려는 태도를 이어갈 경우 ‘코리아 패싱’ 우려도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북미가 적대관계 해소와 관계정상화에 합의한다면 장기간 단절된 남북관계를 다시 움직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북미가 먼저 관계정상화를 추진한 뒤 한국과 중국이 참여하는 ‘2(북미)+2(한중)=4자회담’을 통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한국으로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코리아 패싱’의 위험으로만 바라보기보다 회담 성사를 돕고 이후 협상에서 역할을 확보하는 ‘페이스메이커’가 될 필요가 있다.

결국 북미 정상이 다시 만날지 여부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을 놓고 만나느냐다.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동결과 제재완화가 새 출발점이 된다면 7년간 멈춰있던 북미 협상의 판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 앞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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