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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생각의힘은 14일 저녁 ‘2024년 노벨 경제학상’ 발표 후 ‘족집게’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 출판사가 펴낸 경제서 가운데 3권의 책 관련 저자들이 잇달아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서다.
한 번의 우연이 아니다. 무려 ‘2년 연속’ 진기록이다. 매해 연간 7만 종에 달하는 책이 출간하는 것을 고려하면 ‘족집게’, ‘노벨 경제학상 전문 출판사’라 불릴 만하다. 생각의힘도 한껏 고무됐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노벨상 특수’(特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수상 뒤 한강의 책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주말을 지나면서 누적 판매량이 100만 부까지 치솟았다. 작가 한 명의 책이 엿새 만에 100만부를 돌파한 건 한국 출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이달 내 200만 부 고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벨상 특수의 온기가 문학을 넘어 ‘비문학’ 영역으로 확대할 조짐이다.
특히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 다론 아제모을루(57)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64)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공동 집필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2012)는 윤석열 대통령의 추천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이 저서를 인생의 책이자,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책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현대 중국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어떤 국가가 성공하고 어떤 국가가 실패했는지를 분석했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역사적·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정치와 경제 제도에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두 교수는 포용적·착취형 국가를 설명하면서 남한과 북한을 예로 들어 비교해 국내 정치권에서도 자주 인용되곤 한다.
2023년 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78) 하버드대 교수의 책 ‘커리어 그리고 가정’도 출판사 생각의힘에서 2021년 국내에 먼저 소개했다. 지난해 경제학상 수상 후 역주행하며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다. 책은 페미니즘의 굴레에서 벗어나 통계학적 관점에서 남녀 임금격차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정과 일 사이에서 여성이 희생하는 경우가 많고, 고소득을 보장하는 장시간 노동에 남성이 유리하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이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2019년 수상자의 저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2020)도 생각의힘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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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한강의 시간’이다. 한강의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 후 3대 대형서점에서만 100만 부가량 팔렸다. 15일 오후 2시 전후 기준으로 예스24에선 40만 부, 교보문고 36만 부, 알라딘에서만 23만 부 판매됐다. 여기에 지역 동네 서점 물량과 전자책까지 포함하면 100만부를 이미 넘었다. 3사의 전자책 판매량은 7만부를 넘었다. 10일 수상 소식이 전해진 것을 감안하면 약 5일 동안 평균 20만 부씩 팔려 나간 셈이다.
한강의 책 중에는 ‘소년이 온다’(창비), ‘채식주의자’(창비), ‘작별하지 않는다’(문학동네)가 3강 구도를 형성하며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한강의 주요 저서를 보유한 창비와 문학동네는 물량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대형서점들은 여전히 공급 병목에 시달리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계속 발주를 넣고 있지만 여전히 물량이 부족하다”면서 “계속 인쇄작업 중으로, 일주일 정도 지나면 유통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서점들에 공급 물량이 몰리면서 동네 서점들은 한강 책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독자 관심도 한강 책에 집중되면서 신간 책의 출간 시기를 고민하는 출판사도 늘었다. 출판사 한 관계자는 “다음 주 출간 예정인 책이 있는데 일정 조정을 해야 할지 상황을 보고 있다”면서도 “가슴이 벅차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침체한 출판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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