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글짐 실속세트 메뉴 | |
결혼 ‘적령기’라 주장하는 고씨. 추석 같은 명절이면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인다. 몇 해 전부터 어른들이 “이제 결혼해야지” “사귀는 사람은 있냐”고 묻는다. 걱정하는 소리인 건 안다. 그래도 짜증이 폭발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작년 설부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친지가 모이는 큰댁에 가지 않는다. 집에 남은 그녀. 전기밥솥에 밥은 있고, 냉장고에는 명절음식이 그득하다. 하지만 혼자 먹자니 초라해 싫다. 혼자서, 아니면 처지 비슷한 친구들과 우아하게 식사할 곳은 없을까?
강남구 압구정역 CGV 건물 1층에 있는 베이커리 정글짐(02-3445-8062)은 최근 리노베이션을 거치면서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갈색과 하늘색을 기본으로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프랑스 비스트로처럼 보인다. ‘정글짐 클럽 샌드위치’(9000원), ‘오븐 그릴 닭가슴살 샐러드’(8000원), ‘베이컨을 곁들인 프랑스식 에그 파이(키시)’(7000원)는 샐러드와 구운 감자가 곁들여 나온다.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샌드위치 반 개와 샐러드, 빵바구니, 커피로 구성되는 ‘실속 세트’(5500원, 6500원)는 29일부터 주문 가능하다.
이태원 라타볼라(02-793-6144)는 얇고 담백하고 바삭한 피자가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인기다. 토마토소스와 바질, 모짜렐라치즈를 얹은 ‘마르게리타 피자’ (1만4000원). ‘봉골레’(1만7000원) 등 파스타도 괜찮다. 라타볼라 아래 1층 씨갈 몽마르트(02-796-1244)는 파리의 카페처럼 길가로 나온 테라스가 멋지다. 화이트와인, 크림, 다진 양파, 파슬리에 홍합을 쪄낸 ‘브뤼셀식 홍합요리’(1만4000원)는 맥주 안주로 안성맞춤. 텔미어바웃잇(02-541-3885)은 펑키하면서도 시크한 분위기로 여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레스토랑. 2만2000~2만7000원대 브런치 메뉴로 유명하다. 강남구 도산공원 뒤에 있다. 1층 카페와 지하 식당으로 구성된 비스트로 디(bistro d·02-3443-1009). 1층은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음식 서적이, 지하는 거대한 붉은장미가 인상적이다. 왠지 비싸 보이지만 파스타·샌드위치·샐러드 등이 1만~2만원대로, 맛과 위치를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다. 강남구 신사동 도산사거리와 성수대교 사이에 있다.
논현동 엠포리아(02-3443-5555)에서는 일본·프랑스·이탈리아·멕시코 음식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일식당 ‘마루’에서는 튀김, 채소, 국, 생선조림, 생선회 등으로 구성되는 정식류(2만원대)가 실속있다. 1층 ‘메이플가든’에서는 ‘페퍼민트티’(8000원) 등 프랑스산 유기농 허브차를 추천한다. 가구 수입업체 ‘디오리지날’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의자, 식탁 등 기물이 훌륭하다. 경기도 분당 정자동 아데나가든(031-726-0099)은 중식당과 카페, 빵집이 결합된 형태. 이 중 중식당 ‘호접몽’은 고추를 많이 써서 매콤한 후난(湖南)요리를 표방한다. ‘다진 새우를 넣은 매콤한 해삼찜’(2만2000원) 등 요리가 1만~3만원대. 비싸진 않지만 양이 적은 편이다.
너무 바빠 고향에 못 가는 직장인 '일만해'씨를 위한 백반집
그는 올 추석에도 시골에 부모님 뵈러 내려가지 못한다. 회사가 잘 돌아가 바쁜 건 좋지만,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집밥’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나마 향수를 달래줄만한 백반집 없을까?
직장인이나 학생을 주로 상대하는 백반집들은 추선 연휴 기간 문을 닫는 곳이 많다. 처가집(02-778-5925)은 다행히 추석 당일만 빼고는 문을 연다. 메뉴는 ‘진지상’(7000원) 딱 하나. 생선조림, 국, 나물, 된장찌개, 꼬막무침 등 보통 19가지 반찬이 나온다. 후식으로 수정과까지 딸려 나온다. 서울시청 부근, 더 정확하게는 삼성본관 맞은편 하나은행 골목에 있다.
부산식당(02-336-3049)은 연세대 학생이라면 대부분 아는 밥집이다. 올해로 23년째 신촌현대백화점 후문 창서초등학교 근처에서 ‘가정식백반’(4000원)을 팔고 있다. 깻잎·묵·어묵·미역 무침·계란말이 등 10여 가지 넘는 반찬은 무한리필이다. ‘제육볶음’(4000원)도 맛있다. 연휴 내내 연다.
기름진 명절음식에 질린 '고만해'씨네 가족을 위한 식당
평소 유난히 높은 엥겔지수를 자랑하는 그의 가족. 아무리 남다른 식탐을 소유한 그들도 송편, 잡채, 빈대떡, 갈비찜, 고기산적, 햇과일 등 온갖 산해진미를 연휴 내내 먹다보니 속이 더부룩하다. 개운하게 속을 씻어줄 칼칼한 음식 없을까?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개화옥(02-549-1459) ‘김치말이국수’(8000원)가 있다. 쇠고기 양지 육수에 담근 김장김치와 동치미를 섞은 국물은 톡 쏘는 맛이 사이다처럼 상쾌하고, 소면은 탱탱하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연다.
종로구 창신동 깃대봉냉면(02-762-4407·사진) 메뉴판에는 ‘저희 비빔·물냉면은 맵습니다. 주문시 참고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다. 진짜 맵다. 혀가 아리고 입술이 얼얼할만큼 맵다. 하지만 계속 먹게되니 희한하다. ‘매운 맛’ ‘보통 맛’ ‘덜 매운 맛’ ‘안 매운 맛’ ‘거의 안 매운 맛’ ‘하얀 맛’ 6가지 매운 정도에 따라 주문한다. ‘보통 맛’이 가장 인기. 이것도 맵다. ‘물·비빔냉면’ 모두 4000원, 곱배기 4500원.
송파구 유천칡냉면(02-485-5102)에서 ‘물냉면’(6000원)을 주문하면 살얼음이 동동 대접이 나온다. 칡으로 만든 국수는 질기다 할 만큼 쫄깃하다. 국물은 처음에는 구수하고 달착지근하다가 먹을수록 맵다. 함께 나오는 뜨거운 육수로 입을 헹군다. 대치동 산봉냉면(02-556-5015) ‘물냉면’(6000원)은 동치미 국물에 육수를 섞어 새콤달콤하게 간을 맞춘다. 대중적인 맛의 냉면으로는 수준급이다. ‘비빔냉면’(6000원)도 깔끔하다. 속이 더부룩할 땐 얼큰하고 뜨거운 짬뽕도 생각난다.
연남동 향미(鄕味·02-333-2943)의 ‘짬뽕’(4000원)은 닭육수를 기본으로 뽑은 국물이 진하고 시원하다. 손칼국수처럼 납작한 면발이 동그란 일반 국수보다 국물을 더 잘 머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