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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군 “실정·안보위기에 대통령 퇴출”
26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니제르 대통령 경호부대는 이날 새벽 쿠데타를 일으켜 수도 니아메의 대통령궁과 정부 부처를 봉쇄하고 바줌 대통령을 구금하고 있다. 쿠데타에 참여한 아마두 압드라만 대령은 이날 국영방송에서 바줌 대통령을 퇴출했다고 주장하며 “실정과 안보 상황 악화로 인해 군(軍)과 보안대가 정권을 종식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쿠데타 세력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국내에 통금 조치를 내리고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니제르 대통령실은 쿠데타를 일으킨 경호부대 세력이 군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며 이들이 제 위치에 복귀하지 않으면 군이 이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이어 바줌 대통령 지지층에 쿠데타에 저항하기 위한 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이날 저녁 니아메에서 바줌 대통령 지지자들이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쿠데타 세력은 총기를 동원해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라드아데나워재단의 울프 레싱은 바줌 대통령이 미국 등으로부터 자금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것에 군부가 불만을 품었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또한 니제르 서민들이 인플레이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전했다.
니제르가 있는 서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쿠데타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이다. 2020년 이후에만 7차례 쿠데타가 일어나며 ‘쿠데타 벨트’라는 오명을 얻었다. 니제르에서도 바줌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2021년 공군 장교 일부가 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바줌 대통령은 1960년 니제르가 독립한 이래 처음으로 평화적 방식으로 집권한 대통령이다.
◇‘친서방 정권 무너질까’ 미국도 사태 주시
전문가들은 이번 쿠데타가 성공하면 서아프리카 정세가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모로코 싱크탱크인 뉴사우스정책센터의 리다 리암모리 선임연구원은 “사헬 지역에서 반복되는 쿠데타는 유망한 민주주의가 끝나고 군부가 지배하는 시대가 시작된다는 걸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AP뉴스에 말했다.
주변국들이 중재에 나서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아프리카연합과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는 바줌 대통령을 석방하고 원대 복귀하라고 쿠데타군에 촉구했다. 니제르와 이웃한 베냉의 파트리스 탈롱 대통령은 아예 중재를 위해 니제르로 떠나며 “니제르의 헌법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조치가 사용되겠지만 모든 것이 평화와 조화 속에서 이뤄지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니제르 쿠데타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가 말리·부르키나파소 등 서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가운데 바줌 대통령은 친서방 정책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니제르를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러시아를 견제하고 이 지역에서 기승을 부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맞서기 위한 거점으로 활용했다. 바줌 대통령이 실각하면 이 같은 상황이 급변, 니제르도 친러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게 미국 우려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바줌 대통령과 통화하며 미국은 바줌 대통령과 니제르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며 “니제르와의 경제·안보협력인 민주적 통치체제의 지속과 법치, 인권 존중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