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중국 성공 키워드)①하이닉스, `통합으로 윈윈`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조용만 기자I 2009.04.21 10:30:01

첨단기술 보유 외자기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부각
중국 총리 등 최고위층 잇따른 방문 `이례적`..통합과 현지화 노력 성과
치킨게임 끝나간다..하반기 반도체 전망 `맑음`

[상하이=이데일리 조용만특파원]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주목받는 기업들이 있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중국 시장에서 뛰어난 기술과 판매전략, 부단한 현지화 등을 통해 뿌리를 내리고, 시장을 개척해가는 기업들이다. 
 
13억 중국인들에게 한국의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경제협력과 투자활성화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성공적 외자기업으로서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중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이데일리 상하이 특파원이 중국에서 주목받는 한국 기업과 공장을 방문, 위기를 딛고 도약에 성공한 노하우를 키워드로 정리했다.[편집자주]
 
"함께 술 마시자". 세번째 문장은 묘하게 눈길을 끌었다.
 
하이닉스 팹(FAB) 곳곳에 나붙은 이 구호는 최첨단과 초정밀을 요구하는 D램 생산라인에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공장 문을 나서면서 다시 생각해 봤다. 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모범적 외자기업으로 주목받고, 최고 지도자들의 방문이 잇따르게 된 배경이 바로 이게 아닌가 하는.
김동균 총경리

중국 강소성 우시(無錫) 수출가공구 K7 지역. 중국내 하이닉스 생산을 총괄하는 김동균 법인장(총경리, 사진)의 말투는 자신감이 넘쳤다. 중국 시장개척과 현지화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있는데다, 발목을 잡아왔던 반도체 불황의 터널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조짐도 보이고 있어서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 인터뷰를 통해 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주목받는 외자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요인들도 감지할 수 있었다.

◇ `기술은 집적-직원은 통합`..최단기간내 최대규모 양산체제 구축

반도체 생산의 핵심요소인 인티그레이션(integration). 업계 용어로는 `집적화`로 불리는데, 일반적으로는 `통합, 융합`의 의미로 쓰인다.
 
`함께 일하고, 함께 밥먹는 것(一起 工作,一起 吃飯)'을 넘어서 `술도 함께 마시자`(一起 喝酒)는 통합 노력이 생산성과 로열티의 제고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공장가동 6개월만에 영업이익을 내고, D램 부문에서 점유율 40%이상을 차지하며 중국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동력이기도 하다.

 
"함께 일하고, 함께 밥먹고, 함께 술마시며" 만들어 내는 첨단 반도체 제품들.  

하이닉스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중국내 외자기업이라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게 기술유출 문제.
 
국내에서도 종종 제기되는 문제인 만큼 엄격한 보안 시스템과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해 기술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본 기자의 취재도 노트북 컴퓨터와 카메라를 몇번씩 꺼내고, 밀봉까지 당한 끝에 이뤄질 수 있었다.
 
하이닉스는 이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하면서, 현지화와 인력양성을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윈윈(win-win)하는 전략을 택했다. 김 법인장은 이 문제를 인티그레이션으로 설명했다.
 
"D램을 만드는 단위공정을 보면 300~400개 정도의 공정을 거쳐야 하나의 칩이 만들어 지는데, 중요한 것은 전 공정을 어떻게 인티그레이션 시키느냐 하는 겁니다. 일반 공정을 한두개 안다고 해서 1G~2G 짜리 D램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반도체 생산에서 집적화가 중요하듯, 생산라인에서 현지인력 육성과 통합 없이는 장기적인 생산성 제고가 힘들다는 판단이다. 올들어 중국 고참 엔지니어들을 1주일에 한번씩 제조 및 수율관련 미팅에 참석하게 하고, 양국 직원들이 중국어와 영어로 의견을 교환하게 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하이닉스의 기술력에 현지화 노력이 접목되면서 나타난 변화는 주목할 만 하다. 2005년 4월 설립된 우시공장은 중국 내에서 최단시간 내에 최대 규모의 양산 체제를 갖춘 반도체 공장으로 성장했고, 하이닉스 전체 D램의 50%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발돋움했다.

◇ 원자바오 등 고위급 이례적 방문..성공적 외자유치 사례로 부각
 
우시공장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 리커창(李克强) 국무원부총리 등 중국 권력서열에서 손꼽히는 고위급 지도자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잦은 방문은 하이닉스가 첨단기술을 보유한 외자기업으로서 중국내에서의 활동이 모범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지도자들의 방문으로 우시공장 사례를 부각시켜 앞으로 외자 및 기술 유입의 확대, 중국내 일자리 창출 등 다각적인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우시공장 정홍교 차장은 "하나의 모범사례를 부각시킴으로써 해당지역 발전방향을 보다 명확히 하고, 낙후된 지역에 유사한 성공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라면서 "반도체 등 특정산업이나 하이닉스 같은 특정기업에 대한 관심으로 보기만은 어렵다"고 했다. 중국 지도자들의 방문은 국영 CCTV 등 유력매체에 잇따라 보도돼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도 불러왔다.

하이닉스는 중국 진출 초기부터 과감한 의사결정과 괄목할 실적으로 이목을 사로잡았다. 김 법인장은 2005년 우시공장 건설때부터 현장을 지켜온 산증인. 그는 "초반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밀어붙인 것이 주효했다"고 회고했다.

D램 업체별 시장점유율 동향


원래 우시공장의 공사기간을 1년으로 잡았는데, 10개월반만에 끝냈다. 한때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하이닉스로서는 중국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가 속도를 이끌어냈고, 속도는 경쟁력 창출로 이어졌다. 8인치 생산설비를 이설하는데는 3개월이 채 안걸렸고 8인치 라인은 가동이후 6개월만에 영업이익을 냈다. 당시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사용했던 구호(`결정은 칼같이, 행동은 화살같이`)는 지금도 공장 곳곳에 남아 출범초기의 다짐을 되새겨주고 있다.

◇ 현지화 통한 생산성 제고 `MBA 연구사례`..하반기 반도체 전망 `밝음`

김 법인장은 "8인치 셋업을 잘한 것이 원동력이 돼 12인치도 장비이설 이후 5~6개월만에 이익을 냈다"면서 "아무리 ASP(평균판매가격)가 좋다고 해도 메모리 부분에서 영업이익을 내려면 2년 정도가 걸리는데 우시공장이 업계 상식을 깨면서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른 눈으로 하이닉스를 쳐다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카이스트와 일부 대학 MBA 코스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성공 사례로 연구하겠다며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법인장은 "첨단기술을 보유했다는 우월감 대신 윈윈하러 왔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직원들의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한국 기업이 중국과 상생하려면, 값싼 노동력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우월한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D램 시장 업체별 점유율
 
초기의 성과와 현지화에 따른 생산성 제고가 선순환을 이루면서 하이닉스 우시공장은 지난해말 중국 반도체 업체중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최근 반도체 시장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우시 공장 분위기는 의욕이 넘친다.
 
김 법인장은 "대만, 일본, 미국 등 경쟁국이 60나노급 기술로 생산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50나노급을 시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로선폭 10나노를 줄이는데 1년쯤 걸리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 및 품질 측면에서 경쟁국과 격차를 벌일 수 있다는 것.

중국이 내수부양을 통해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있고, `가전하향`(家電下鄕) 등 반도체 수요를 자극하는 정책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김 법인장은 "하반기에는 시장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시장을 보면서 투자확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