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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삼아야 할 것은 상소를 계속해야 담당자에게 안전한 구조다. 잘못을 인정하면 감사와 문책을 걱정하지만 ‘최종심까지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고 하면 책임을 피하기 쉬워진다. 국민의 고통이 면책의 방패가 된다. 국가의 소송권은 체면을 지키는 수단이 아니다. 먼저 구분할 것은 형사 무죄와 행정·민사소송에서 국가 패소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무죄가 곧 검사의 위법을, 처분 취소나 국가 패소가 곧 담당자의 불법행위를 뜻하지도 않는다. 법률 해석과 증거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제재 요건이 엄격해야 한다는 이유로 피해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국가의 회복 책임과 공무원의 개인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
첫째, 1심 무죄 뒤 검사의 항소는 예외를 밝히도록 법률로 통제해야 한다. 판결을 바꿀 결정적 추가 증거, 결과에 영향을 준 명백한 증거 판단 오류나 중대한 법리 오류를 서면으로 제시하게 하자. 기소 주장을 반복하거나 막연한 재판단 요구로는 부족하다. 기존 심의를 강화해 외부 전문가의 독립적 심사를 거치고 항소 필요성과 피고인의 추가불이익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피해자 권익과 피고인의 재판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상소를 포기한 판단이 합리적 절차를 거쳤다면 그 자체를 문책 사유로 삼지 않는 보호장치도 필요하다. 그래야 검사와 공무원이 책임을 피하려고 상소하는 유인을 줄일 수 있다.
둘째, 1·2심이 모두 무죄라면 상고의 문턱을 더욱 높여야 한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법률심이며 현행법도 상고이유를 제한한다. 사실 판단의 불만을 법리로 포장해 재판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 두 차례 무죄 사건의 상고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법령 위반이나 중요한 판례 충돌 등 예외적 필요를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 심급이 높아질수록 국가의 설명 책임도 무거워져야 한다.
셋째, 같은 원칙을 정부의 행정·민사소송에도 적용해야 한다. 상소는 서류 결재에 그치지 말고 승소 가능성·법리적 필요·국민의 추가 손해를 평가해야 한다. 위법한 처분을 조기에 고치거나 합리적으로 화해한 공무원이 최종심까지 버틴 공무원보다 불리해져서는 안 된다. 공익적 쟁점은 다투되 오류 인정도 공직의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
넷째, 끝내 무죄나 국민 승소로 확정됐다면 국가가 회복의 절차를 먼저 열어야 한다. 현행법에는 일정 요건 아래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과 무죄 확정 후 재판비용 보상이 있다. 그러나 비용보상은 법정 기준을 따르므로 실제 변호사비 전액을 돌려주는 제도가 아니며 소득 상실과 영업 손해까지 자동 보상하지도 않는다(시장가의 현실화는 모든 영역에게 보호되기 시작하는데 형사보상은 최저임금과 국선변호인 비용 수준으로 산출되는 그야말로 비스킷 수준이다.) 구금되지 않았어도 수년간 재판을 받은 사람의 피해가 작다고 할 수는 없다.
합리적인 변호사비와 출석 비용의 보상 현실화, 장기 재판에 따른 입증 가능한 소득 손실의 구제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인한 손해도 신속히 회복하도록 제도를 정비하자. 국가 패소가 모든 손해의 자동 배상을 뜻하지는 않는다. 국가배상은 위법성과 고의·과실 등 별도 요건을 따진다. 다만 권리 회복을 위해 승소한 국민이 보상을 받으려고 또 긴 소송을 해야 하는 부담은 줄여야 한다. 국가가 보상 가능 항목을 먼저 알리고 간소한 심사와 지급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기소와 상소의 책임이 인사이동으로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 기소·상소를 결정한 검사와 결재권자, 판단 근거와 반대 의견을 사건별로 기록하자. 무죄확정 후 기소부터 최종심까지 경위를 심사하고 1·2심 무죄 뒤 상고까지 기각된 사건은 반드시 심층 검토해야 한다. 전보와 퇴직으로 기관의 검증 책임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
책임은 결과만 보고 일률적으로 물을 일이 아니다. 당시 증거와 판단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유리한 증거를 숨겼거나 증거 부족을 알면서 기소했거나 무죄 이유를 검토하지 않고 상소를 반복했다면 인사상 불이익과 징계를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고의·중과실에 따른 위법행위로 국가배상 책임이 발생했다면 현행법상 구상권 행사 여부도 실질적으로 심사해야 한다. 책임은 실무자에게만 묻지 말고 지시·승인한 상급자까지 따라가야 한다(이럴 때 법 왜곡죄는 해당되지 않는 건가.)
정치적으로 주목받는 사건과 평범한 시민의 사건에 다른 잣대가 적용돼서도 안 된다. 누구에게는 공소취소와 상소포기가 가능하면서 누구에게는 끝까지 다투라고 한다면 국민은 개혁을 신뢰할 수 없다. 사건의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고 개인정보와 수사기밀을 보호하면서 결정 이유와 운영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상소 심사·피해 회복·책임 추적을 함께 법제화해야 한다. 국가의 소송 성과는 승소율과 유죄 건수보다 불필요한 재판과 오류를 줄여 국민의 비용을 덜어준 정도로 평가해야 한다. 점점 오래 걸린다는 사법판단. 재판의 지연과 장기화로 인해 피해는 사회정의의 문제를 넘어 국민 개개인에 대한 국가 폭력이 아닌가.
검찰개혁의 수혜자는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민이어야 한다. 국민에게 ‘끝까지 싸워 이겨보라’면서 패소한 국가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구조를 끝내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무죄의 정의화도 함께해야 할 국가의 의무다. 잘못된 기소와 처분을 멈추고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고 책임을 추적해야 한다. 그것이 빠진 개혁은 간판 교체일 뿐이다.
![무죄 뒤에도 끝까지 싸우라는 국가, 누가 책임지나[이근면의 사람이야기]](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1/PS2611050004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