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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레고켐바이오는 내년 5개사로부터 6개 파이프라인에 대해 수백 억원의 마일스톤이 유입될 예정이다. 레고켐바이오는 현재까지 총 8건, 계약총액 4조 8000억원 규모의 항체접합물질(ADC)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은 상업단계가 진전되면서 성과보수(인센티브) 개념인 마일스톤을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받게 된다. 통상 각 임상단계 진입과 성공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령하게 된다. 마일스톤은 치료제 상업화가 이뤄지면 받게 되는 로열티 수익과는 별개다.
◇ 성공 보장된 임상 개시에 수백억 로열티
가장 큰 로열티 수입이 기대되는 것은 유방암 치료제 ‘HER2 ADC’다. 영국 제약사 ‘익수다’(Iksuda)는 내년 상반기 중 HER2 ADC 글로벌 임상 1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레고켐바이오은 해당 임상 개시로 수백 억원 규모의 로열티를 받게 된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익수다로부터 내년 수령예정인 HER2 ADC의 로열티 액수가 큰 이유는 중국에서 이미 임상데이터가 확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성공이 보장된 임상이란 얘기다.
레코켐바이오는 HER2 ADC를 중국 판권은 지난 2015년 8월 포순제약에,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은 지난 2021년 12월 익수다에 각각 기술수출했다. 포순제약은 익수다보다 HER2 ADC를 먼저 기술도입하면서 익수다에 앞서 HER2 ADC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포순제약은 지난 9월 HER2 ADC에 대해 임상 1a상과 1b상 중간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허셉틴을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 약 사용을 줄이면서도 치료제 효능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우선 레고켐바이오의 HER2 ADC는 체중 1㎏당 2.3㎎를 투약했다. 경쟁 약물인 엔허투의 투약량이 체중 1kg당 5.4mg인 것에 절반 수준이다, 그럼에도 1a상 6명에선 객관적반응률(ORR)이 66.7%가 나왔고 1b상 24명에선 ORR이 46%가 나왔다. 엔허투의 부작용인 폐독성은 레고켐바이오의 HER2 ADC에선 나타나지 않았다.
포순제약은 내달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 연례학술대회’(San Antonio Breast Cancer Symposium, SABCS)에서 HER2 ADC 임상 1a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SABCS는 세계 최고 권위의 유방암학회다.
◇ HER2 성공에 여타 파이프라인 임상 시계 빨라져
HER2 ADC는 유방암 및 위암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허셉틴’과 항체와 결합한 형태다. 정확히는 허셉틴 시밀러와 항체가 연결돼 있다. ‘HER2’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허셉틴이 종양(암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HER2 유전인자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치료제이기 때문이다. 유방암엔 HER2 유전자가 과발현되는 경향이 있어 치료에 허셉틴을 주로 사용한다.
허셉틴 자체로도 훌륭한 치료제지만 HER2 ADC는 더 적은 투약량으로도 효능을 극대화한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가는 선택성을 활용한 것이 ADC”라며 “여기에 링커를 통해 약물이 암세포 안 에서만 방출된다”고 설명했다.
HER2 ADC가 암 세포 안에서만 반응하기 때문에 투약량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치료제 독성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치료제가 다른 장기에 침투하는 ‘오프타깃’ 확률이 줄어 부작용이 적다.
HER2 ADC가 임상에서 순항하면서 기술수출된 다른 파이프라인의 임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레고켐바이오의 마일스톤 유입 횟수와 액수가 늘 수 있단 얘기다.
◇ 후보물질 도출에 마일스톤 유입 지속
HER2 ADC 외에도 혈액암 치료제 후보물질 CD19 ADC 역시 내년 초 임상 1상 개시로 수십 억원대 마일스톤 유입이 예상된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2020년 5월 익수다와 CD19 ADC에 대해 2784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익수다는 CD19 ADC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1상 임상시험승인(IND)을 신청한 상태다.
회사 측은 “곧 CD19의 IND 승인이 예상된다”면서 “IND 승인이 나면 내년 1분기 중 미국·호주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임상 1상이 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보물질 도출에 따른 마일스톤도 기대된다.
다케다는 지난 2019년 3개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조건으로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을 4548억원에 사들였다. 내년 초 다케다의 첫번째 ADC 후보물질이 나올 예정이다.
익수다는 앞선 계약과는 별개로 지난 2020년 4월과 지난해 6월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을 9200억원에 사들였다. 익수다는 이 플랫폼으로부터 내년 2개의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이고, FDA IND를 신청할 예정이다. 익수다의 후보물질 도출에 따른 마이스톤 규모는 수십 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소티오 역시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첫 후보물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11월 소티오와 총 1조2127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레고켐바이오가 소티오로부터 받게 될 마일스톤은 수십 억원대로 알려졌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전 단계인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하고 있다”면서 “ADC 플랫폼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후보물질이 도출되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얘기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후보물질에 대한 공동임상개발에 대한 얘기도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