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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하이니스호 승선기)②중국시장을 잡아라

조진형 기자I 2004.10.01 10:22:00

중국 효과로 해운업계 호황 지속

[edaily 조진형기자] 해운업만큼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성쇄를 가르는 사업도 없다. 미리 수요(화물)를 예측해 공급(선박)을 늘리거나 줄여나가야 한다. 컨테이너선 한 척을 발주하는데 보통 3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현재 해운업이 최대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라고 2~3년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넘쳐나는 화물을 운반할 배가 모자라다보니 자연히 운임비용이 급증하게 됐다. 중국정부가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당분가 중국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운사들은 중국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불어라 황색바람 = 중국 효과는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세계 해운경기가 침체를 겪고 있을 때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시작됐다. 중국이 전 세계로부터 석탄, 철광석, 원유 등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벌크선 운임지수가 급등했다. 2001년말 800대에 머무르던 벌크선 운임지수가 올해 한때 5000포인트까지 수직상승했으며, 아직도 4000포인트 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또 이런 원자재를 이용해 만든 수출품들이 북미나 유럽으로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이것을 싣는 컨테이너 시황도 호황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컨테이너 용선료를 나타내는 HR은 2002년 1월 458.6포인트에서 올해 9월22일 1691포인트를 기록, 2년 9개월새 4배 가량 폭등했다. 기자가 승선한 현대 하이니스호도 중국 효과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중국 동북부의 물량은 상하이항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항구가 없기 때문에 피더선을 이용해 한국의 부산항이나 광양항으로 우선 옮겨 놓고 그것을 현대 하이니스호와 같은 대형 컨테이너선에 실어 유럽으로 가기 때문. 현대 하이니스호 김성주 선장은 "이번 항차에 광양과 부산에서 실은 물량 중 중국 물량은 603TEU며, 홍콩에서 선적할 중국 물량이 551TEU이므로 일본부터 싱가포르까지 우리 하이니스호가 싣는 중국물량은 1154TEU가 된다"며 "그러면 일본부터 싱가포르까지 싣는 컨테이너 중 중국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이니스호는 중국을 직접 기항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물량이 적은 편이다. 아시아-유럽, 아시아-미주 지역의 컨테이너 중 60% 이상이 중국화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해운회사 내년에도 돈방석 = 기자가 승선한 현대 하이니스호는 최근 컨테이너 하나당 1500~2000달러의 운임을 받는다.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가는 28일간 5551개의 컨테이너를 가득 실었다고 단순 계산하면 하이니스호는 약 1100만 달러의 운임수입을 얻게 되는 셈이다. 현대상선은 아시아~유럽 항로에만 5551 TEU급 컨테이너선을 총 8척 투입해 운항하고 있다. 현대 하이니스호 박성모 기관장은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컨테이너 시황이 너무 좋지 않아 해운사들은 화주들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적자를 내면서 배를 운항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이니스호에서 하루 소요되는 기름 비용만해도 5000만원에 달한다. 최근 해운사들은 하나같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174% 급증한 260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한진해운도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98% 증가한 38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해운업계는 중국 효과가 당분간 지속돼 사상 최대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상선 남중국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김종권 상무는 "최근의 중국 성장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 1-2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게 이곳 홍콩과 심천 지역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을 잡아라 = 중국 수출입 물량이 크게 늘어 아직도 공급(선박)이 수요(화물)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상선 홍콩법인 김정범 차장은 "우리가 영업을 하는것보다 오히려 화주들이 우리들에게 영업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특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만 하다. 그렇지만 해운사들의 선박 공급이 늘어나고 있고 점차 해운사간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중국시장은 세계 주요 선사들의 각축장이 됐다. 해운사들은 중국시장의 경쟁력확보 여부에 의해 선사들의 판도가 좌우될 것이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도 이런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운사들은 중국 물량확보에 역점을 두고 선단을 5500TEU급 이상으로 대형화하고 항로 개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선박 투자도 공격적으로 강화한 상태다. 현대상선(011200)은 2007년까지 6800TEU급 컨테이너선 8척과 4700TEU 3척 등 총 11척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발주해 놓은 상태다. 한진해운도 내년에 7500TEU급 5척, 2007년까지 6500TEU급 5척 등 10척을 인도받고 그 이후에 6500TEU급 3척을 추가 보강키로 했다. 중국 내륙화물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현대상선은 지난 99년 북경의 중국 법인을 상해로 이전하고 지난해 전략적 차원에서 중국본부로 승격시켜 영업력을 강화했다. 한진해운도 상해에 본부를 두고 지역 산하 지점을 점차 늘리고 있다. 중국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해운사들은 사상최대 실적을 계속 일궈내기 위해 그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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