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인지 따져야 직무 정지 기간 사법부 영향 고려해야 정작 정부·여당 정책성과 뒷전 밀릴 우려 정치적 불만 해소하거나 상대 압박 카드 아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정치권에 다시 ‘탄핵’이 등장했다. 이번엔 조희대 대법원장이다. 조국혁신당이 탄핵소추안 공개를 예고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김민석 대표가 직접 탄핵 논의를 공식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여권이 탄핵 사유로 거론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대법관 재제청 갈등, 국정감사 증인 선서 거부 등이다. 대법관 격려금 지급과 업무추진비 사용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준비한 문서를 꺼내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그러나 이러한 문제 제기가 실제로 대법원장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더라도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몫이다. 단순한 위법 여부뿐 아니라 직을 박탈할 만큼 중대한 잘못인지도 따져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사유만으로 헌재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조계에서도 탄핵 인용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견해가 나온다.
정치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여당이 탄핵소추를 밀어붙였다가 헌재에서 기각된다면 사법부를 정치적 압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는 동안 사법부 운영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탄핵에 신중해야 한다거나 의혹에 대한 수사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이 탄핵 논란에 매달리는 것이 국정 운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부동산과 민생경제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법원장 탄핵이 정치권의 관심을 집어삼킨다면 정작 정부·여당이 보여줘야 할 정책 성과는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탄핵소추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이다. 그러나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거나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가볍게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여권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탄핵을 추진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반드시 탄핵해야 할 만큼 충분한 근거가 있느냐다. 그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강행하는 탄핵은 결국 여권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