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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구리 재고의 증가에 대해 “중국의 부동산 침체와 제조업 및 신용 활동의 부진을 반영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가계 소비를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것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구리는 건설이나 정보기술(IT) 등 각종 산업의 필수재다. 구리 가격의 흐름으로 실물경제 상황을 예상할 수 있어 ‘닥터쿠퍼(Dr. Copper)’로도 불린다.
미국의 투기 거래 열풍으로 톤당 1만1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구리 가격이 치솟은 영향도 적지 않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구리 가격은 중국의 수요 약세로 톤당 9600달러로 한달새 약 13% 하락했다.
BNP파리바의 데이비드 윌슨 원자재 전략가는 “글로벌 구리 가격 급등과 수요 둔화로 중국 구리 제조업체들이 비축량을 줄이고 시장에서 구매를 보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중국의 구리 재고는 연초 증가세를 보이다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중국 설) 이후 공장들이 다시 생산량을 늘리면서 서서히 줄어든다. 올해는 구리 재고 증가가 예년보다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중국 상황과 달리 세계 구리 재고는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업계는 그로인한 구리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FT는 중국 시장 약세로 상하이로 인도되는 구리가 글로벌 벤치마크 가격 보다 할인돼 거래되는데, 이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올 하반기 억눌린 수요로 인해 구리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런던 금속 중개업체 AMT의 다니엘 스미스 리서치 책임자는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금속을 사들이던 펀드들이 하락에 베팅하면서 올해 구리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