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7시48분. 강남구 보건소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전혀 없어 ‘음성(Negative)’이 나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단지 음성임을 확인하고 싶어 검사를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양성이 나온 것이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상당히 길었다. 격리 기간과 장소, 준수 사항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아직도 내 눈을 믿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강남구 보건소입니다. 피용익님께서 03/01(화)에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결과는 양성(Positive, 확진)임을 알려드립니다.”
더 이상 결과를 의심하지 말라는 듯 보건소는 ‘양성’, ‘Positive’, ‘확진’ 등 다양한 단어로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음을 명확하게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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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듣자마자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해 보니 한 줄이 나왔다. 음성이라는 의미다. 다음 날 출근 직전 다시 검사를 했다. 이번엔 희미한 두 줄이 나왔다. 애매한 결과가 못마땅했다. 다른 업체의 키트로 다시 검사하니 이번엔 또 한 줄이 나왔다.
‘나는 양성인가 음성인가?’
확실한 결과를 알고 싶어 삼성역 임시선별진료소로 향했다. 희미한 두 줄이라도 나온 자가진단키트를 가지고 가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해준다. 오전 8시30분에 이미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진료소가 문을 여는 9시가 되자 대기자는 100여명으로 늘었다. 곧 비가 올 것 같은 스산한 날씨에도 끊임없이 인파가 몰려 들었다. 이 사람들 사이에 서 있다가 멀쩡한 사람도 감염되겠다는 공포감이 들기도 했다.
강남구에서 PCR 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더 강남’ 앱을 통해 당일 오후 8시부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경우엔 ‘보건소에서 유선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만 나왔다. 검사 결과는 24시간이 채 되기 전에 문자 메시지로 통보됐다.
나는 곧바로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회사에 알리고 집에서 격리 치료에 들어갔다. 지난달 24일 이후 만난 사람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연락해 확진 사실을 알리고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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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유난스럽게 개인 방역을 철저하게 한 것은 내가 기저질환자이기 때문이다. 4년 전 협심증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을 한 후 항혈전제 등을 매일 복용하고 있다. 기저질환자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치명률이 얼마나 낮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저질환자들은 그 낮은 확률의 사망자가 내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갖고 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해도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는 막지 못했다.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소독제도 소용이 없었다. 식사를 같이 한 4명 중 나 포함 3명이 결국 확진됐다. 마스크를 벗고 식사를 하는 1시간 동안에 일어난 일이라고 추정된다.
다들 알고 있듯 점심시간이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시간이다.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더라도, 밥을 먹을 때만큼은 입과 코가 노출된다. 식사를 하면서 말 한 두 마디 안 하기도 힘들다. 비말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좋은 환경인 셈이다.
이 때문에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도시락을 갖고 다닐까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유난스럽다고 할까봐 포기했다. 확진 판정을 받고 나니 그 부분이 가장 후회된다. 눈치를 보지 않고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해서도, 동료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날 확진된 동료는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통과 옆구리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했다. 다행히 나는 격리 4일차인 현재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다. 백신은 지난해 10월과 11월 화이자 2회 접종했고, 원래대로라면 이번 주에 3차(부스터 샷)을 맞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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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하루 뒤 아내 역시 양성 판정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재택 치료를 시작했다. 아내의 경우 검사를 받기 전까진 무증상이었지만, 확진 판정 후에는 경미한 인후통을 호소했다. 다만 앓아누울 정도는 아니었고, 감기약을 먹고 난 후에는 증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만약 검사를 받지 않았더라면, 무증상자인 나도 아내도 양성 사실을 모르고 사회 생활을 했을 것이다. 매일 출근을 하고, 회의를 하고, 식사를 하고,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의도하지 않은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선 자가진단키트를 잘 활용하면 유용할 것 같다. 내 경우 2월28일 검사에선 음성이 나왔지만 3월1일 검사에선 양성이 나왔다. 키트의 정확도 문제도 있겠지만, 잠복기도 고려해야 한다. 밀접 접촉자가 확진됐다면, 자가진단키트 한 번으로 안심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사용법도 잘 숙지해야 한다. 주변 몇몇 사람들을 보니 자가진단키트에 한 줄이 나오는 걸 확인하면 곧바로 음성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두 번째 줄은 첫 번째 줄에 비해 서서히 드러난다. 설명서에 써 있는대로 15분 동안 기다려야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
‘얼마나 많은 무증상 확진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면, 좀비보다 무서운 존재가 ‘절비(절반만 좀비가 된 인간)’다. 무증상 확진자는 절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격리되지 않고 사회에 침투해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점에서다. 오미크론 절비가 우리 집에, 우리 회사에, 우리 학교에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