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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의 협조를 통해 중국을 최대한 압박해야 한다. 실제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거래금지 대상기업으로 지정하자 일본 기업들이 발빠르게 화웨이와의 거래 중지, 화웨이 제품 판매 금지 등을 하며 ‘화웨이 말려죽이기’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반면 일본으로는 중국과의 관계가 모처럼 회복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무조건 미국만의 편을 들 수 없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일본이라고 해서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 모양새다.
“오랜 기간 미국에서 투자하고 고용을 창출하는데 기여해 온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듣고 매우 실망했다”(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일본 자동차공업협회 회장)라는 발언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는 무조건 한수 접어준 일본이지만, 이에 대한 대가가 충분치 못하다는 점에서 일본 내부의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여기에 기름을 붓듯 트럼프 대통령은 방일 첫날부터 일본 기업인 30여명이 모인 만찬 자리에서 “(무역 부문에서) 일본이 수년간 실질적인 우위(substantial edge)를 이어왔다”며 “양국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합의를 원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수개월간 중대한 발표가 몇 개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나루히토 일왕을 예방한 뒤 미·일 정상회담에 돌입한다. 이날 오후에는 북한 납치피해자 가족과의 면담도 계획돼 있다. 같은 날 2박 3일간의 일정을 바탕으로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다만 미·일 무역협상은 일본 참의원 선거가 끝나는 7월 이후 매듭짓기로 한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글로벌 정세 판단 인식, 대북 정책에 대한 미·일 양국의 판단 등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대중 메시지 역시 나올 지 주목된다.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역시 미·중 무역전쟁 확전 여부를 결정할 변수다. 미국에서는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참여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8년 만에 국방장관을 파견해 장관급 회담을 열기로 했다. 만약 미국이 중국이 민감해하는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건드릴 경우, 양국간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27일 오전 판세가 나올 유럽연합(EU) 선거 결과도 주목된다. 시장의 우려대로 극우 표퓰리즘 정당이 득세한다면 하나의 유럽이라는 기조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다. 오는 10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도 이번 선거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 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운동을 이끌고 있는 나이젤 패라지 대표의 브렉시트당이 이번 선거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획득한다면 노 딜 브렉시트 역시 힘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수당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차기 보수 선거에 돌입한 상태이다. 여러 후보들이 경선 의지를 밝힌 가운데, 유력후보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더이상 브렉시트 연기는 없다며 노 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중 양국의 경제 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발표한다. 30일 미국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정치와 물가지표 등을 내놓는다. 앞서 지난달 발표한 1분기 GDP에서는 3.2%의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31일 중국은 5월 제조업·비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를 발표한다. 꺼져가는 경제성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중국정부가 내놓은 적극적인 부양책과 갈수록 악화하는 대외환경 속에서 중국 기업들의 체감 온도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