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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최대격전지 경남.."盧통도 믿었다카이" vs "구관이 명관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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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욱 기자I 2018.04.21 12:00:00

드루킹 악재에 경남지사 선거판세 대혼란
경남지사 '3선' 노리는 김태호 인지도 高
김경수, 힘있는 여권 후보로 각광
선한 이미지에 젊은 층 인기 높아

20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마디미로 상남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유현욱 기자)
[밀양·창원=글·사진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 선거는 대통령선거에 견주어질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경남 판세에 따라 부산·울산을 포함한 부·울·경 벨트는 물론이거니와 대구·경북, 수도권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의 한 언론인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김경수 의원을 가리켜 ‘대선주자급 출마선언을 했다’고 촌평했다. 댓글 조작을 일삼아온 혐의로 수사 중인 김동원(필명 드루킹)씨와 문자를 주고받고 김씨가 제안한 인사를 청와대에 추천했다는 의혹에 연루돼 두 차례나 출마선언을 연기한 탓에 되레 언론의 주목도를 한껏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로 첫 행보에 나선 지난 20일 오전, 밀양역에 도착해 택시를 탔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 어쩐 일로 가는지’ 먼저 말을 붙여온 택시기사 손성현(61)씨는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에 출마한다는 얘기에 “갸는 경남지사감은 아이라카이. 김태호에 역부족이다 안 카나”라고 말했다. 1972년 경상대에 입학해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다 십여 년 전부터 밀양에서 택시를 몬다는 손씨는 “지역에서 문재인이 욕 안 하면 간첩인기라. 드루킹, 뭐 거도 건성건성 한 기 아인가 칸다”고 쓴소리를 냈다. 손씨가 핸들을 잡은 택시 안에는 ‘김 의원을 당장 수사하라’는 야권 주장이 라디오를 통해 떠나갈 듯 전파를 타고 있었다.

또 다른 택시기사 정동태씨는 “(김경수)그 사람이요.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기라. 여론몰고하는 건 잘못된 기라. 문재인이가 잘해봐야 밑에서 그카면 말짱 허꽝 아니오”라고 말했다.

택시에서 내려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만난 강수궁(59)씨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끝까지 믿고 의지했다카이 어딘가 남다르지 않겠는교. 그렇게 가시고 세월이 많이 흘러보니 세상도 지역도 바뀌었소”라고 말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딸이 나서 “드루킹 것도 전화위복 아니겠습니까. 김경수 의원이 잘 헤쳐나갈낍니더”라고 거들었다.

20일 경남 창원 대정로 가음정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유현욱 기자)
경남 창원 대정로 가음정시장에서 십수 년째 밀면을 만들어 파는 김모씨는 “김태호는 경남지사 시절 가게에 다녀간 적도 있다”면서도 “대한민국이 뒤집어졌는데 경남에서도 이제는 한 번 당도 인물도 바꿔 볼 때다”고 했다.

리얼미터가 부산일보와 부산MBC의 의뢰를 받아 드루킹 사건에 김 의원이 휘말리기 시작한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간 경남도민 815명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김경수(43.2%) 의원이 김태호(34.1%) 전 지사보다 우세했다. 하지만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는 김경수 의원이 43.4%, 김태호 전 지사가 38.7%로 4.7%포인트 차이로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상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지역민심에는 나빠진 지역경제에 대한 우려를 씻어줄 수 있는 후보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과 법정관리 코앞까진 갔던 STX조선,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한국GM 등이 휘청거리고 있어서다.

퇴근시간 한국GM 창원공장 앞에서 만난 김용진(53)씨는 “사견입니다만은 지금 누가 야당을 찍겠습니까. 홍준표부터 시작해 제대로 하질 않았는데…”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이어 “김경수는 아무래도 힘있는 여당이고 국회의원 때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일을 잘했으니 공단을 살리는데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20일 경남 창원 한국지엠 공장 정문. (사진=유현욱 기자)
창원중앙역에서 만난 창원대생 최가은(27)씨도 “김경수, 김태호 두 후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손사래 치면서도 “공단이 많은 지역 특성상 청년 일자리를 포함한 전체 일자리를 지키고 나아가 늘릴 수 있는 후보가 경남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남을 크게 동과 서로 나누면 시가지가 모인 동부에서는 김 의원이 인기가 높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서부에서는 김 전 지사가 전통적으로 강세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김 전 지사는 국무총리로 지명됐으나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하고 자진 하차한 경력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경남 동부 일대 최대 규모의 시장인 상남시장에서 수십 년째 수산물을 팔아온 이종수(70)씨는 “김태호 갸는 인사청문회에서 ‘비리백화점’이라 불렸다 아이요. 말라 한 번 더 찍껐소. 날 샜다카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젊은 층 가운데는 선한 인상의 김 의원에 호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았다. 창원 자택에서 부경대에 통학한다는 김경호(21)씨는 “김경수·김태호 후보 모두 구체적인 공약이 나오기 전이라 선뜻 결정할 수는 없지만서도 김경수 후보 이미지가 김태호 후보보다 선하고 말끔한 느낌이 들어 호감인 게 사실”이라고 멋쩍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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