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사진)은 최근 '금융위기 극복 1년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지난 1년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그의 발언에는 금융위기 조기극복에 성공했다는 자신감도 배어 있다.
오는 21일 진 위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이맘 때 금융위원장을 맡으면서 성대한 취임식 대신 임명장을 받자마자 반월공단으로 향했던 그다. 그때만 해도 자금이 제때, 제곳으로 돌지 않는 신용경색이 심각했던 시기였다.
당시 그의 이런 시장과의 소통 노력들이 중소기업 보증지원 및 만기연장 등의 비상조치라는 정책들로 시장에 선보였다. 결국 금융위기 조기극복이라는 성적표가 그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도 만만치 않다. 미래 성장의 핵심 요인인 기업 구조조정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지나친 중소기업 지원으로 인한 부실이연, 금융위·금감원간의 갈등, `강정원 사태`로 불거져 나온 관치금융 논란,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 등이 그를 에워싸고 있다.
◇ 금융위기 조기 극복 `성공`
일년전으로 돌아가보자. 국내외 할 것없이 은행 건전성 이슈가 터져나왔고 중소기업들은 대출이 어렵다며 아우성치는 때였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지금이니까 한가롭게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지 당시는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었다"며 "금융위기 극복만한 성과가 어디 있겠냐"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취임 한달이 채 안돼 은행장들을 삼청동 금융연수원으로 집합시켰다. 워크숍이었다. 이 자리에서 진 위원장은 지난 한해 만기가 돌아온 16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을 모두 만기 연장해 주기로 은행장들과 합의했다. 또 평판리스크를 지기 싫어하는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사용하길 꺼리자 은행별로 한도를 정해 필요할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도배정 방식을 제안해 은행들이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원회 한 간부는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을 하는 스타일"이라며 "그의 업무스타일이 은행장들과의 끝장토론 끝에 합리적인 대안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만들어 은행과 기업의 부실채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엔 보증공급 확대, 패스트트랙 등의 대책을 내놨고 중소기업 유동성 문제와 은행 건전성 우려들이 하나하나 해소되기 시작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면한 위기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과 기대를 뛰어넘는 조치가 있었기 때문에 시장이 급속도로 안정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들어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집값이 상승하는 등 부동산 과열양상이 나타나자 은행 대출에 대해 단계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잇따라 내놨다. 이 역시 적중했다. 가파르게 늘어났던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들면서 집값도 차츰 안정세를 보였다.
◇ 관치논란·지배구조 개선 등 새 시험대 올라
그러나 그 스스로도 뼈아픈 반성을 했듯 기업구조조정은 여전히 진 위원장의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1년 금융위기 극복과 더불어 진 위원장이 강조했던 한 축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했던 지난달 16일이다. "위기극복에 굉장히 주력했고 나름대론 열심히 했지만 기업부문 구조조정이 미흡하지 않았나, 좀더 가속화됐어야 하지 않느냐는 반성이 있다"고 진 위원장은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은 지난해초부터 1년여기간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질질 끌어오면서 우리 경제에 가장 큰 불확실성을 안겨줬다. 작년 연말이 돼서야 워크아웃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여전히 갈길은 멀고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또 지난한해 중소기업들은 대출 만기연장 등 정부가 선물(?)을 안겨줌으로써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 기업들에게 회생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작년에 망가져야 할 기업들이 그 덕분에 근근히 생명을 유지한는 것이라면 은행은 물론이고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금융위기 극복 2년차를 조심해야 한다"며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임을 강조했다. 비상조치라는 긴급처방이 자칫 독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은행 건전성 감독은 물론이고 기업들의 체질개선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하반기 미소금융 사업과 KB금융(105560)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논란도 진 위원장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국민은행에 대한 고강도 사전검사와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KB금융 회장 내정자직 사퇴 등 일련의 과정들을 보고 있자면 관치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인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오해라면 풀어야 할 것이고 나쁜 관행이 되살아나는 것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 이 역시 그의 몫이다.
아울러 사외이사의 자기권력화와 경영진의 대리인 문제 등 은행권 지배구조의 개선 역시 진 위원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계기로 촉발될 대형은행간 인수합병(M&A) 대전(大戰) 과정에서의 금융당국 역할도 주목된다.
진 위원장이 지난해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시험대에 올랐다면 올해는 관치 논란,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 등 또다른 시험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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