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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클래리티법, 상원 문턱 못 넘었다…가상자산 입법 좌초(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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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09.16 04: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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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토론종결 표결서 찬성표 50표 그쳐, 정족수 60표에 미달
공화당 내부 반대표에 입법 힘들어져…러미스 "사실상 끝났다"
초강력 윤리조항에도 민주당 반발, 스테이블코인 보상도 발목
클래리티법 부결로 감독당국 대응 주목…법적 지속성은 어려워
민주당 중간선거서 상·하원 중 한곳만 다수당 점해도 입법 난항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허용과 가상자산 감독권한 구분 등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가상자산 시장구조법, 이른바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끝내 미국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미국 가상자산 시장에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 틀을 마련하려던 입법 작업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

美클래리티법, 상원 문턱 못 넘었다…가상자산 입법 좌초(종합)
클래리티법 표결서 찬성 50표, 의결정족수 60표 못미쳐

미 상원은 15일(현지시간) 법안 심의 착수를 위한 클로처(cloture·토론종결) 표결을 실시했지만 부결됐다. 클로처는 해당 법안을 본격적으로 다룰지 여부에 대한 토론을 제한하는 절차로, 통과하려면 60표가 필요하다. 애초 공화당 53석에 민주당 측 이탈표가 가세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표결에선 찬성이 50표에 그쳤고 반대표가 49표에 이르렀다.

클래리티법은 미국 가상자산시장의 규칙을 정립하고, 사실상 대부분의 가상자산 관련 활동에 명확한 법적 틀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간 감독 책임을 명확히 나누는 내용도 담고 있다.

클래리티법 통과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진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가상자산시장에선 상원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결과가 나오자 실망 매물이 크게 늘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35분 현재 24시간 전에 비해 4.2% 이상 하락하며 7만5800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공화당 반대표에 입법 더 힘들어져…러미스 “사실상 끝났다”

가상자산 업계는 수년간 수억달러를 투입하며 의회에서 클래리티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업계의 최우선 정책 과제였던 이 법안이 좌절되면서, 11월 중간선거 이후 의회 회기 막바지에 극히 가능성이 낮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입법 작업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법안이 과반수 찬성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여러 공화당 의원들까지 반대표를 던졌다는 점은 향후 입법 전망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클래리티법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신시아 러미스(공화·와이오밍) 상원의원은 이번 클로처 실패로 인해 법안이 “사실상 끝났다(It‘s over)”고 한탄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양당 협상단은 600페이지가 넘는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막판까지 남은 일부 쟁점에서 결국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대표적인 것이 고위 공직자들이 가상자산 사업과 이해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윤리조항이었다. 상원 공화당이 가장 강력한 윤리조항을 담았다고 자평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지만, 민주당은 충분치 않다는 반응이었다.

초강력 윤리조항에도 민주당 반발, 스테이블코인 보상도 발목

실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트럼프가 동의한 윤리조항에 대해 “그가 다음 14억달러의 가상자산 수익을 올리는 걸 전혀 막지 못할 얄팍한 명분”이라고 폄하했다. 집행 권한이 제한적이고, 트럼프 일가의 월드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과 그 은행 인가 추진을 명확히 포섭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애덤 시프 의원도 “현행 문구로는 대통령 가족에게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예외조항이 너무 많다”고 했고, 마크 워너 의원도 “전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더구나 레티샤 제임스 뉴욕 법무장관이 이끄는 초당적 18개 주 법무장관 연합도 전날 “광범위한 연방정부 선점 조항이 가상자산 사기·등록·투자자 보호에 대한 주 권한을 약화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허용도 막판까지 변수로 작용했다. 최종 수정안에는 재무부가 가상자산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이용자 대상 보상·이자·수익률 제공을 일시 금지할 수 있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조항도 추가됐다.

그러나 은행업계 단체들은 전날 상원 지도부에 보낸 공동서한에서 “대규모 예금 이탈이 이미 발생한 뒤에야 작동하는 서킷브레이커는 사실상 아무런 안전장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역은행들도 이 법안이 지역 금융기관에서 가상자산 기업으로 상당한 규모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클래리티법 부결로 감독당국 주목…법적 지속성 어려워

이처럼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 틀 마련이 불발되면서, 이제 가상자산 업계의 시선은 이미 관련 규제 마련에 나서고 있는 미국 규제당국으로 향할 전망이다. 미 SEC와 CFTC는 가상자산 업계에 일정 수준의 규제 안정성과 확실성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통해 그동안 관망하던 투자자와 기업들이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SEC는 최근 첫 번째 주요 가상자산 규제안인 ’Regulation Crypto Assets(Reg Crypto)‘ 를 제안했다. 이 규정은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초기부터 지나치게 무거운 규제 의무를 지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SEC는 또 제한적인 형태의 증권 토큰화를 승인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SEC를 이끄는 폴 앳킨스 위원장조차도 새로운 가상자산 규정이나 등록의무 면제조치가 법률적 기반 없이는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SEC가 가상자산 정책과 관련해 내놓은 상당수 조치는 비교적 쉽게 뒤집을 수 있는 가이던스 형태였다. 정식 규정 역시 향후 다른 절차를 통해 언제든 철회될 수 있다.

민주당 중간선거서 상·하원 중 한곳만 다수당 점해도 입법 난항

장기적으로는 페어셰이크(Fairshake)를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업계 슈퍼 PAC들이 이날 반대표를 던진 정치인들을 어떻게 대할지도 관심사다. 이번 중간선거는 차기 의회의 구성을 결정하며, 향후 가상자산 관련 입법의 주도권을 어느 당이 쥘지도 좌우하게 된다.

가상자산 업계 PAC들은 향후에도 친(親)가상자산 성향의 의원들을 더 많이 당선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시점에 의회 내 지지가 임계점을 넘으면서 입법이 불가피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 의회 회기는 올해 말 종료되고, 새 의회는 내년 1월 출범한다.

민주당이 상·하원 중 한 곳이라도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앞으로 가상자산 법안은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통과되기 어려워진다. 특히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맥신 워터스 의원이 다시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클래리티법 입법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또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가상자산에 가장 비판적인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은행위원회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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