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처음으로 공재액이 1조원을 돌파하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만큼 우선 경영기간을 강화하고 공제 대상 업종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가업상속공제 재설계’ 작업을 진행 중으로 연내 상속·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과 시행령 개정을 마칠 방침이다.
대(代)를 이어 승계할 만한 사업의 노하우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의 취지가 퇴색하고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정부는 우선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요건부터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는 가업을 10년 이상 경영하면 300억원, 20년 이상은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을 공제받을 수 있다. 정부는 최소 경영기간을 현행 10년에서 15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가업을 물려받은 상속인에 부여하는 사후의무요건도 강화한다. 가업을 승계한 후 5년 동안 지켜야 할 의무요건 이행 기간을 현재 5년보다 늘리는 방향이다. 가업을 승계할 경우 가업용 자산의 40% 이상을 처분하면 안 되고 1년 이상 휴업이나 폐업도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0년 경영한 뒤 물려준다고 ‘가업’이라고 볼 수 있나”라며 “부모와 자녀가 15년만 투자하면 600억원까지 세금 없이 물려받을 수 있다는 건 과도한 혜택”이라고 했다.
공제 대상 업종도 대폭 정비한다. 현재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는 중소·중견기업의 해당업종’은 십수 개의 법과 시행령에 제조업을 비롯해 숙박·음식업, 물류업, 관광업, 주택임대관리업 등으로 폭넓게 규정돼 있다.
우선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언급한 주차장업과 베이커리카페가 제외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외 담배제조업과 피자·햄버거 및 치킨전문점, 보관 및 창고업 등 가업승계의 지원 필요성에 의구심이 드는 업종에 대한 지원도 다시 따져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전문 기술과 장기간 축적된 경영 노하우가 있는지를 심사하는 대상선정심사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업상속 업종에 해당하더라도 일률적으로 혜택을 주진 않겠다는 의도다.
국회에도 가업상속공제를 제한하는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비사업용자산이 50%를 넘는 기업, 증권시장 상장기업 등은 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권에서 발의돼 향후 정기국회에서 정부안과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제도의 잦은 손질로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공제액이 늘어나는 등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다시 옥죈다면 정책의 일관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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