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은 지난 2016년 시행돼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고자 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허점이 드러났다. 법조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청탁금지법 개정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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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는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것만 금지되며, 이를 위반해도 처벌 규정이 없다. 또한 배우자가 받은 금품에 대해 공직자 본인의 신고 의무도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김건희 여사 사건에서도 검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 법의 취지와 국민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청탁금지법과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법령을 정확하게 보완하고 미비한 점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민희·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은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한 상태다. 이는 공직자를 통해 우회적으로 금품을 수수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법개정을 통해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것 외에도 청탁금지법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에 대한 공직자의 신고 의무 강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권 강화 △금품 수수의 기준액 하향 조정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 △법 적용 대상을 공직자의 직계존비속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규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 수수까지 금지하면 배우자 개인의 독립적인 사회생활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청탁금지법 제정 당시 배우자 처벌 조항은 과잉 규제 우려 때문에 의도적으로 빠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만큼 법 개정 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입법 미비 때문이 아니라 검찰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좁게 해석해서 생긴 문제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유무죄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인데, 검찰이 법 해석을 종국적으로 판단해 버린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청탁금지법 개선과 관련해서 법 집행 기관의 해석과 적용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청탁금지법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으로 나뉘고 있고 일각에서는 과잉 규제를 우려하는 만큼, 향후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