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소련과의 기나긴 냉전은 끝났지만 여전히 미국과 러시아간 긴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997년 개봉한 영화 ‘에어포스원’은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러시아 테러리스트 난입에 맞서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미국-러시아 관계, 납치된 가족과 승객들의 구출, 독재자의 석방까지 많은 책임을 짊어진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요.
◇테러리스트와 육탄전, 대통령도 예외 없다
영화는 1990년대 숱하게 나왔던 액션 영화의 구성과 상당 부분 비슷합니다. 당시에는 대(對)테러 경험이 많거나 임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혼자서 빌딩이나 열차, 선박, 항공기 등 제한된 공간에서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했습니다.
1988년 첫 개봉했던 ‘다이하드’ 시리즈, 언더씨즈(1992년 개봉), 스피드(1994년 개봉), 더록(1996년 개봉), 콘에어(1997년 개봉) 등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에어포스원’이 특이했던 건 주인공이 미국 대통령이란 점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테러리스트와 육탄전을 벌이면서 자유를 수호(?)하는 모습이 신선한 충격을 줬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 역할을 맡은 것도 주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만 다를 뿐 급진적인 사상에 물들었거나 거액의 돈을 좇는 테러리스트와의 대결 양상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영화 속 대통령인 제임스 마샬은 카자흐스탄의 파시스트 독재자인 라덱 장군을 잡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합동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연설을 통해 “독재와 폭거는 응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
탈출선을 타고 피한 줄 알았던 마샬은 백악관에 연락해 라덱 장군 석방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는 한편 테러리스트들을 하나둘 처치합니다. 가족을 인질로 잡은 협박에 결국 라덱 장군을 풀어주지만 마지막에는 미국의 막대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영화는 행복하게 끝을 맺습니다.
냉전은 종식됐지만 여전히 국제적인 긴장은 여전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중국 연대의 사회주의 국가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간 대립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와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국제 정세에 더 민첩하게 대응해야겠죠.
◇미·중 갈등, IRA·칩스 등 넘어야 할 과제 산적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부터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올라 30일 오후 귀국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상의 미국 국빈 방문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이후 12년만입니다.
영화처럼 대통령이 해외를 방문할 때 전용기 안에서 ‘때리고 부수는’ 액션을 보일 일은 없지만(그래선 절대 안되겠죠) 오히려 액션보다 더 격렬하고 치밀한 전략이 오고 가게 됩니다.
특히 이번 미국 순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적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 한국과 미국간 관계에서도 많은 현안이 걸려있었습니다.
우선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은 한·미 양국간 최대 쟁점이었습니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칩스법은 반도체 장비 등과 연관이 있는데 전기차와 반도체는 한국의 주요 수출 상품이어서 미국이 규제를 하게 되면 큰 피해가 예상됐습니다.
|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IRA·칩스법에 대해 협의와 조율에 나서기로 했지만 기대처럼 구체적인 협상안이 도출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미국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경제 외교’로 규정하며 첨단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만나 59억달러 규모 첨단기업 투자를 유치한 점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일명 ‘국뽕’ 영화라면 오히려 걱정이 덜하겠지만(적을 해치우면 되니까) 지금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은 많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이번 순방 성과에 대해 앞으로 정치권은 한참 동안 정쟁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중요한 경제 효과는 어떻게 나타날지,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영화 평점 3.0점, 경제 평점 2.0점(5점 만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