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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보다 무서운 금융위기`..옛 공산권 붕괴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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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용익 기자I 2008.11.13 10:35:52

대외의존도 높고 금융시스템 불안정
우크라이나·헝가리 이어 루마니아 위기
러시아도 유가·통화 하락으로 고전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옛 공산주의 국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이 사상 초유의 구제금융을 단행하면서 위기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러시아에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헝가리,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은 국제 사회의 도움 없이는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자본주의에 뒤늦게 편입한 탓에 대외 의존도가 높아 위기가 닥치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동유럽, 왜 더 취약한가

동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해외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경제 성장을 이뤄 왔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닥치자 선진국들은 이머징 시장에 투자했던 자금을 서둘러 빼냈고, 그 결과 동유럽 경제는 위기를 맞게 됐다.

경상수지 적자도 금융위기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은 불가리아 22.0%, 에스토니아 18.1%, 라트비아 22.8%, 루마니아 13.7%, 헝가리 4.9% 등이다.

체탄 아야 모간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대규모 경상적자를 가진 나라들이 금융위기에 더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위기 확산에도 불구하고 서방 선진국과는 달리 동유럽 중앙은행들은 이를 진화할 만한 자금이 없는 상태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위기가 국가부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IMF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164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승인했다. 헝가리에도 157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IMF의 구제 손길을 기다리는 국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 국가신용등급 하향 잇따라

동유럽 국가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국가는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아 국가부도(디폴트)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지난 10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불가리아, 카자흐스탄, 헝가리, 루마니아 등 동유럽 4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피치는 불가리아와 카자흐스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등급 최하단인 `BBB-`로 낮췄다. 헝가리는 `BBB+`에서 `BBB`로 내렸다. 특히 루마니아의 국가신용등급은 `BBB`에서 `BB+`로 하향, 유럽 유일의 정크(투자부적격) 등급 국가로 만들었다.

피치는 "이머징 유럽 국가들은 대규모 재정적자와 단기 외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하에서 가장 취약하다"며 일부 동유럽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불가리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루마니아는 정크 등급인 `BB+`로 떨어뜨렸다.

◇ 다음 구제 대상은 루마니아?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와 S&P가 루마니아를 정크 등급 국가로 분류하면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이 나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루마니아는 2년 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이후 해외 자본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고속 성장을 이뤄 왔다. 그러나 국가신용등급이 정크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자본은 급격하게 시장을 이탈할 전망이다. 더 이상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는 이달 말 총선을 앞두고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교사들의 임금을 50% 인상하기로 한 것. 이는 루마니아의 재정적자를 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S&P와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에도 불구, 이튿날 열린 상원 회의에서는 교사 임금 인상안이 79대12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

티모시 애쉬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이코노미스트는 "루마니아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4%를 넘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 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러시아도 금융위기 점점 심화

옛 공산권 국가들을 지배하던 러시아 경제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유가 급락과 루블화 가치 하락을 반영하며 증시는 연일 폭락세다.

지난 11일 러시아 RTS 지수는 12.5% 하락하며 거래가 중단됐다. 이틀간 낙폭은 22%에 달하며, 올 들어서는 무려 72%가 빠진 상태다. 이는 글로벌 이머징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이다.

이는 대부분 국제 유가 하락에 기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가 급등에 힘입어 고성장세를 지속해 왔지만, 7월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최근 5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통화 가치 하락도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고 상당 부분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가 급격히 가라앉으면서 러시아가 통화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라스 라스무센 단스케방크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가 하락 추세를 고려하면 루블화 약세는 불가피해 보인다"며 "루블화가 추가 약세를 보인다면 러시아 경제에는 매우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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