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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기 더 깐깐해진 HBM…공장 지어도 양산까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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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기자I 2026.11.03 0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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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 사라진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공정 필수인 HBM
웨이퍼 한장당 칩 생산량 줄어
양산까지 수율 확보·검증 거쳐야
EUV 노광장비 공급 병목도 변수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투자 규모나 신규 공장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와 정비례해 공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잇단 메모리 증설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메모리 공급량은 투자 규모만큼 빠르게 늘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기술적 복잡성이 높아지고 신규 공장 건설과 장비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기업들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자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메모리 산업은 호황기에 반도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을 반복했다. 2019년과 2022~2023년의 메모리 불황이 대표적이다. 통상 3~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이 나타났다. 최근 일각에서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두고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지만,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확대와 함께 공급 증가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①HBM 성능 높아질수록 공급 부족 지속

대표적인 요인은 HBM의 기술적 복잡성이다. HBM은 성능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생산 자원을 필요로 한다. 차세대 HBM4E와 HBM5는 이전 세대보다 반도체 칩인 다이(Die)의 면적이 커지고 금속 배선층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다이 면적이 커지면 같은 크기의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칩의 개수가 줄어든다. 금속 배선층이 많아지면 회로를 형성하는 공정이 늘어나 웨이퍼 생산에 필요한 시간과 장비 부담이 커진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HBM 특유의 적층 공정도 생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고 실리콘관통전극(TSV) 등을 통해 연결한다. 일반 D램과 달리 칩을 쌓고 연결하는 첨단 패키징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고, 적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은 최종 제품의 생산 효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주력인 HBM3E 12단 제품의 경우 수율이 5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메모리 3사는 이같은 구조적 한계를 내부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HBM3E에서 HBM4, HBM4E로 제품 구성이 전환되면서 웨이퍼 소모 부담이 커져 공급 증가를 제약하고 있다”고 했다.

②공장 지어도 양산까지 장기간…장비 확보도 변수



신규 공장 건설부터 실제 양산까지 과거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 역시 공급 확대를 제약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나더라도 오는 2028년까지 메모리 공급이 빠듯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신규 팹 건설부터 웨이퍼 생산까지 긴 리드타임을 감안하면 내년 설비투자 증가분이 2028년 비트 생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HBM4E 제품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HBM4E 제품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고 해서 바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첨단 장비를 확보해 반입·설치한 뒤 시험 가동과 공정 안정화, 수율 확보, 고객사 품질 검증 등을 거쳐야 양산이 가능하다. 김 부사장은 “설비 주문 리드타임이 늘어나면서 설비를 적기에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장비 공급업체의 생산능력과 납기 일정이 메모리 기업의 증설 속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다. ASML은 올해 첨단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약 65대 출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생산능력을 약 85대, 2028년에는 약 110대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계획된 생산능력으로는 2027~2028년 고객사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늘리더라도 핵심 장비 확보가 양산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③공장 먼저 짓고 장비는 나중에…달라진 증설 전략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 운영 방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신규 공장을 선제적으로 건설하되 장비 반입과 생산라인 가동은 시장 수요에 맞춰 조절하는 전략이다. 공장 건설과 실제 생산능력 확대를 분리해 공급 과잉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M17 등 신규 공장의 건물 골조에 해당하는 쉘(Shell) 건설 일정을 앞당기는 대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청정 공간인 클린룸은 단계별로 개방할 계획이다. 김우현 CFO는 “기반 인프라는 중장기 수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준비하되, 장비 반입과 양산 확대 등 실제 공급 증가로 연결되는 핵심 자원은 수요에 따라 조정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역시 클린룸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뒤 수요 변화에 맞춰 장비 도입 시점을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공장을 미리 지어놓더라도 생산라인을 한꺼번에 가동하지 않고 수요와 수익성을 고려해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 HBM4E 제품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4E 제품 (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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