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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을 앓다가 2018년 2월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같은 달 24일 오전 3시 50분께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자 산소 공급량을 분당 10L까지 늘렸다.
그러나 환자는 약 5시간 뒤 의식이 혼미해졌다. 의료진이 혈액 속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확인하는 동맥혈가스검사를 실시한 것은 오후 4시 9분께였다. 고농도 산소를 투여한 지 12시간 20분이 지난 뒤였다.
검사 결과 체내에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쌓이는 ‘호흡성 산증’이 확인됐다. 환자는 같은 날 심정지에 빠졌다가 심폐소생술로 회복했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3월 12일 숨졌다.
유족은 의료진의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원심은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고농도 산소를 투여한 뒤 장시간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봤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 진료지침은 산소요법 시작 30~60분 후 동맥혈가스검사를 실시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감정의도 이러한 검사 기준이 무리한 수준은 아니며 환자의 의식이 나빠졌는데도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은 부적절한 조치라는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검사 지연과 환자 사망 사이 인과관계도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환자 측이 의료진의 과실과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입증했다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 지연이 환자의 의식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검사를 제때 했다면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도할 수 있었다는 감정의 의견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반면 의료진 측은 환자의 사망이 검사 지연과 무관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감정의는 폐절제술 이력과 당뇨·고혈압 등 환자가 기존에 앓던 질환이 사망에 미친 기여도를 70%가량으로 추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