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그제 “국회에는 아직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입법 공백 상태에서 개정을 기다리는 법률이 13건에 이른다”며 국회의 직무유기를 비판했다. 헌법 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긴 해도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른 법의 공백과 혼란을 막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법 개정 때까지 그 법을 존속시키도록 한 것인데 국회가 후속 입법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지난 1일 국회를 통과한 것을 환영한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헌재는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한 국민투표법에 대해 2014년 7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며 개정까지 11년 7개월이 걸렸다.
헌법 불합치 법률에 대한 국회의 무관심을 비판한 것은 이 위원장의 지적이 처음은 아니다. 시대 변화에 맞지 않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을 받은 법률들을 조속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많은 학자와 전문가, 시민단체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내용도 다양해 낙태죄에 관한 형법 조항, 야간집회 금지 관련 집시법 조항, 형제 자매의 유류분을 제한하는 민법 조항 등 다수의 법률이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한결같이 국가와 국민 생활의 중요 부분을 이루고 있어 후속 입법이 늦을수록 억울한 피해자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 이 위원장이 이런 상태의 법률이 13건에 이른다며 국회의 무관심을 ‘직무유기’라고 비판한 것은 당연하다.
국회는 정치적 이해가 걸린 이슈에 관한 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치열한 입법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6월 지방선거와 사법 개혁을 염두에 둔 법률들을 야당의 반대, 협치에 관계없이 일사천리로 강행 처리하고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일 안 한다는 오명과 구태를 단숨에 씻어버릴 수 있는 초스피드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모든 국가기관이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는 지금까지의 명백한 직무유기를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표 계산과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현재와 같은 입법 활동을 계속한다면 국민이 믿고 의지할 곳이 없다. 의원들 역시 국가 이익과 자신을 선출해 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본연의 자세와 임무를 이제라도 명심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