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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험사 자본성증권 조달 첫 테이프는 한화손해보험이 끊었다. 지난 20일 30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541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오는 31일 총 5000억원 규모 증액 발행을 결정지었다. 롯데손해보험, 메리츠화재, DB생명보험, DB손해보험의 최초 모집 물량이 각각 1500억원, 1500억원, 2000억원, 4000억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들어 최소 1조4000억원 규모 보험사 후순위채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부채비율 관리 압박이 높아지자 선제적으로 자본성증권 발행을 이어갔다. 당시 본격적인 금리 인하로 인해 보험부채가 증가하면서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은 만기가 길어 부채의 금리 민감도가 높다.
기업 입장에서 자본성증권 발행은 부채비율을 낮추면서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수단이다. 자본성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채권이다. 채권임에도 통상 만기가 30년 이상인 장기물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본드웹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가 자본성증권을 통해 확충한 자본 규모는 총 8조235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 최대 규모다. 지난 2023년(3조1540억원)과 비교했을 때 2배가 넘으며, 기존 역대 최대치인 2022년 4조5899억원을 크게 웃돈다.
올해도 여전히 보험사들은 자본적정성 관리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은 순자산 감소, 요구자본 증가로 이어져 킥스비율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지난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되는 무·저해지상품 해지율, 연령별 손해율 등과 관련해 엄격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보험사들은 현재 해당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해 재무수치를 다시 산출하고 있으며, 이는 보험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감소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보험사들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희망 금리 밴드 수준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보험사는 아니지만 KB금융지주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3.3%~4.0%의 다소 낮은 금리 밴드를 제시해 수요예측에서 일부 미매각이 발생하면서다.
오는 2월 4일 가장 먼저 수요예측을 앞둔 롯데손해보험만 5.4%~5.8%의 금리 밴드를 결정지었고, 나머지 보험사들은 수요예측 결과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자본성증권은 리테일에서 가장 많은 물량 소진이 이뤄진다. 발행 금리가 낮으면 리테일 물량이 들어오지 않고, 발행 금리를 높이면 이자 부담이 커져 발행사 입장에서는 고민이라는 설명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 6%대 수준으로 워낙 발행금리가 높아서 리테일 투심과 발행사 눈높이간 다소 차이가 있다”며 “발행 금리가 낮아지면 리테일 자금이 다른 높은 금리의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